[르포] 대전 뽑기방 가보니
고급 피규어·드론 내걸어 유혹
어린 학생들 자제력 잃고 지출
사행성 조장 영업활동… ‘위법’
지자체 "민원 들어올 때만 단속"

대전 유성구의 한 뽑기방에 배치된 뽑기기계의 모습. 사진=노세연 기자
대전 유성구의 한 뽑기방에 배치된 뽑기기계의 모습. 사진=노세연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비켜봐. 나 이번에 ‘각’이야"

지난 16일 오후 7시경 대전의 한 뽑기방.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2명이 뽑기 기계 앞에서 서로 먼저 게임을 하겠다며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두 아이가 손에 넣으려고 하는 뽑기 경품은 다름 아닌 ‘드론’.

아이들은 드론을 갖기 위해 이미 기계에 몇만원을 쏟아 부은 상태였다. 수년 전 선풍적 인기를 끌며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뽑기방은 대부분 무인점포로 운영되며 24시간 누구에게나 개방된다. 일명 ‘뽑기 기계’라고 불리는 크레인 게임기 내부엔 고급 피규어부터 청소기, 드론, 스피커까지 없는 게 없다.

뽑기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단돈 1000원으로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상당의 상품을 가져갈 수 있어서 참가자들이 ‘요행’을 꿈꾸기에 충분하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 자제력을 잃고 많은 돈을 지출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사행성 조장 영업활동으로, 위법행위다.

현행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크레인 게임기 경품은 소비자판매가 기준 1만원을 초과해선 안 된다. 그러나 주변 뽑기방을 둘러보면 이러한 규정은 있으나마나한 실정이다. 실제 유성구에 위치한 뽑기방에 들어가 경품인 무선그라인더의 모델명을 검색해보니 인터넷 최저가 기준 6만원을 상회했다. 인근의 다른 뽑기방에 진열돼있는 항공모함 모형과 청소기의 최저 소비자가도 각각 6만원·7만원을 초과했다.

심지어 서구 소재 뽑기방에 진열된 경품 피규어는 몇십만원에 거래되는 제품이었다.

이 영업장들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3개월 간 영업정지’ 처분 대상이다. 해당 뽑기방 운영자에게 이 같은 내용을 문의한 결과 "소비자가는 10만원이지만, 전시용 제품을 직접 구매한 것이라 실 구입가는 저렴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법적으로 게임기 경품가는 일반 ‘소비자판매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행정 심판에서 업주의 주장은 받아 들여지기 어렵다. 또 전시용 구매여부·실구매가와 상관없이 형사·행정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수두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단속 주체인 지자체는 뽑기방의 사행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따로 단속하긴 어렵단 입장이다.

대전지역 모 자치구 관계자는 "분명 불법행위지만 지역 내 모든 뽑기방을 일일이 돌아볼 순 없다"며 "민원이 들어올 때만 직원들이 나가 행정처분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의 한 인형뽑기방 점주 김모(42) 씨는 "우리는 ‘1만원 이하 경품’을 철칙으로 여기지만, 타 업장에서 비싼 경품을 들여놓으면 손님유치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차라리 경품가 상한선을 두는 것보다 과도한 게임 참여를 막는 방법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된다"고 피력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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