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작년에 크게 이슈였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중 염미정의 대사다. 삶의 희망과 의욕을 잃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여주인공 미정은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살아간다. 자신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체 무력한 모습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는 삶! 그런 미정이 알코올 중독자 구씨에게 호감을 느끼며 나를 추앙해달라고 말한다. 한 번만이라도 채워지고 싶다고.

극 중 미정의 대사 ‘추앙하다’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렸다. ‘추앙하다’라는 말은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다’라는 뜻이며 ‘우러러본다’는 것은 마음속으로 공경해 떠받든다는 말이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추앙하길 바라는 미정의 대사에 대중들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추앙이란 표현은 보통 신적 존재나 영웅에 사용하는 말로 무조건적인 존경과 신뢰를 말하며, 사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또 추앙을 받는 존재는 신적 존재나 영웅처럼 추앙받을 가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요즘 우리의 삶은 어떤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거리감은 코로나 우울(코로나 블루)이라는 신조어를 탄생하게 했고, 이 우울감은 사회 전반에 침투해 인간관계의 단절과 불신,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우리는 근 3년 동안 이어진 전무후무한 재난 상황에 불안과 두려움 등 정신적인 충격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혼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져 무기력감과 고립감도 동반했으며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강화됐다.

지난해 5월, 정상 등교가 시작되었지만 오랜 기간 지속된 사회적 개인적 고립과 우울로 우리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명당 2.7명에 달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지난 1년간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 비율, 자살 시도율 역시 각각 12.7%, 2.2%로 2020년 (10.9%·2.0%)보다 늘었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청소년기 학업 스트레스도 원인이겠지만, SNS에 의존도가 높아진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협박 등을 당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것도 문제의 원인이다. 코로나로 인한 불규칙한 학교생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관계 단절 등은 이런 문제를 가속화했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평범한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장 절실한 때이다. 이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정과 학교, 국가 등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며, 아이들이 안정과 평화를 느낄 수 있는 구조적인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충남교육청은 정신건강 고위험군 학생을 조기에 찾아 상담과 자문, 치유와 지원을 하고 있다. 또 학교의 위기관리위원회를 비롯해 전문상담인력으로 구성된 지원청의 위기지원팀, 도교육청의 위기지원단을 체계화해 사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만들었고, 자살위기 지원 지침을 계발·배포해 학교의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특히 올해 학생 정신건강증진센터를 개소해 ‘찾아가는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자살예방도우미(게이트키퍼)를 양성해 자살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과 관리, 치유 지원 등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체제를 만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아이들을 추앙할 때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 101주년이자 ‘어린이 해방선언’을 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아이들은 추앙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이며 대한민국의 소중한 미래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조건 없는 신뢰와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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