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국 K-water 보령권지사장

‘대한운예(大旱雲霓)’라는 말이 있다. 간절함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가뭄이 계속되면 비의 조짐인 구름을 몹시 기다린다는 뜻이다. 현재 보령댐으로부터 용수를 공급받는 충남 서부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이와 같을 것이다.

보령댐 유역은 2015년 이후로 가뭄이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2016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약 2년간 계속되었던 극심한 가뭄으로 당시에 보령댐의 저수율은 8.3%까지 내려가며 바닥을 드러냈고, 각종 뉴스에는 충남 서부권의 가뭄이 대서특필되었다. 기후변화 심화로 겨울 강수량이 줄고 봄 가뭄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1인당 일 평균 물 사용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효율적인 물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K-water 보령권지사는 반복되는 보령댐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부터 금강 하류의 물을 보령댐 상류 지역으로 공급하는 보령댐 도수로를 가동·운영하고 있다. 또 가뭄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과학적 댐 운영으로 극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보령댐의 용수공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중부발전과 보령지역 3개 발전소의 하천수 취수량을 감량하고, 하수재이용 등 대체수자원 개발과 활용에 협력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공급 측면의 대응만으로는 가뭄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정된 수자원의 특성상 공급량을 무한정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관리 선진국들은 공급량 관리와 더불어 수요자 중심의 수요관리제도 확대를 통해 물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호주는 연평균 600mm 미만의 적은 강수량과 많은 증발량으로 가뭄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1997년부터 2012년까지 15년간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물 수요관리에 나서 최근 어느 정도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문제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모든 전자제품에 ‘물 효율 등급 표시제’를 도입했다. 샤워기, 세탁기 등 물과 관련된 제품들은 반드시 물 효율 등급을 공인받아 표시해야 한다. 또한, 절수형 샤워기, 듀얼 플러시 변기(대소변용 물 내림을 분리한 변기) 등 물 효율성이 높은 제품 구매 시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빗물 이용시설과 같은 대체수자원 이용시설 설치 시에도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 절약과 관련한 교육과 홍보도 꾸준히 추진하여, 1인당 물 사용량을 2001년 300리터 수준에서 2013년 140리터로 가정용 물 수요를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물관리 추세에 발맞추어 K-water 보령권지사는 보령댐 가뭄 극복을 위해 물 수요관리에도 힘쓰고 있다. 자발적 물 수요관리를 위해 보령시 등 관계기관과 함께 보령댐의 가뭄 상황을 알리고, 생활 속 물 절약 실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절수형 양변기 설치하기, 양치나 설거지를 할 때는 물을 받아 사용하기, 세탁물은 함께 모아서 세탁하기 등 물 사용 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보령다목적댐은 총저수량 116.9백만㎥로 작은 규모의 댐이지만, 충남 8개 시·군 및 4개 발전소에 용수를 공급하며 주민 생활편의 제공과 충남 서부권 경제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도수로 가동, 과학적 댐 운영 등 K-water가 물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여기에 물 효율성 제고 정책 시행, 물 절약 실천 등 정부와 민간이 함께 수요관리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준다면, 우리도 매년 반복되는 보령댐의 가뭄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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