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내 명예기자
이희내 명예기자

4월! 찬란한 봄꽃의 시대가 도래했다. 벚꽃은 평소보다 2주 정도 일찍 만개했고, 진달래부터 튤립 등 대한민국은 온통 울긋불긋 꽃 대궐 그 자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닫혀있던 일상들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서 가족이 함께 아름다운 꽃의 향연을 감상하고, 나들이하며 일상의 행복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 많아졌다.

고사리 같은 손주들의 손을 꼭 잡고 봄꽃 길을 걷는 아버님의 뒷모습, 삼삼오오 친구들과 꽃 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미소 짓는 어머님.

오랜만에 다시 소중한 사람들과 맞는 소중한 일상들이 얼마나 행복한 것이지 다시 한번 깨달으면서 말이다.

 

[효는 마음의 문제]

모든 사랑은 양방적인 속성이 있다. 주는 것만큼 받고 싶은 속성을 지닌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예외이다. 절대적이고 희생적인 사랑, 그것이 부모의 사랑이다.

자식은 최소한 이십여 년 동안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다. 그들의 향한 희생적인 양육과 무조건적 사랑은 부모의 본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식들은 부모의 이 같은 노고를 절실하게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너무도 소중하지만 당연하게 누리고 살기에, 그 가치를 망각하는 공기와 물 같은 존재처럼 말이다.

부모의 사랑은 논리와 이치를 벗어나 숭고한데도 불구하고, 전통 윤리로서의 효가 오히려 퇴색하는 것이 사회의 현실이다. 효는 과거를 지향하는 전근대적인 사상이 아니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에서도 효 사상을 탐구의 대상으로 여겨 본받고자 노력한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미래에 한국이 인류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효(孝) 사상일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효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덤덤하게 여기는 것을 외국에선 감동적으로,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중추적 철학으로 받아들이며, 효를 배우려 한다.

 

[효도계약서 시대를 맞다]

포털사이트에 효도계약서를 치자 관련 문서만 15만 개 이상이 뜬다. 낯설고 씁쓸한 용어지만, 지금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몇 년 전 대법원이 효도 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부모가 물려준 재산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그 사건 이후, 효도계약서를 쓰는 집안이 늘었다고 한다.

이제 ‘부모에 대한 공양·부양’은 가정사를 넘어 국가와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효는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텐데, 이제는 효도계약서까지 써야 하는지에 대해 통탄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것은 우리가 전통 효 사상과 유산을 가볍게 생각하고 외면하는 사이 벌어진 일들이 아닐까 싶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땐 근본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인간의 근본적인 정신 가치의 문제를 효도계약서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이는 처음부터 무언가 잘못된 부분이다.

효경에 “효는 백행의 근본(百行之根本)”이란 말을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

 

[HYO, 세계인이 공감하는 실사구시 효]

대전을 가리켜 선비의 고장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한밭고을 선비촌에 ‘한국효문화진흥원’이 들어선 지도 벌써 6년째다. 이곳은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정신문화 자산인 효의 가치를 알리고 계승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방송작가로 활동하는 필자는 얼마 전 한국효문화진흥원 김기황 원장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우리의 정신 가치인 효를 세계인이 공감하는 국제적 용어 ‘HYO’로 좀 더 업그레이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인이 모두 알게 되는 공통 용어 HYO의 의미는, H는 harmony, Y는 young, O는 old. 즉 어르신과 청년이 세대 간의 조화를 잘 이뤄내는 사랑을 의미하는 ‘세대 융합’ 가치관의 정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와 연장자를 공경하는 이로서 어질지 않는 사람이 없다’ 라는 옛 성현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큰 가르침을 준다.

한국효문화진흥원이 대한민국 ‘효’ 문화의 자산을 키우고, 정신문화의 선진국으로서, 세계인들에게 K-HYO를 알리며, 계승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시대정신에 맞는 효]

한국은 효 선진국이었다. 토인비가 인정했듯이, 한국의 효는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정신문화 자산이다. 효 자산을 잘 키우면 우리가 세계 정신문화의 선도국이 될 수 있다. 오늘날 가정, 노인, 마을, 교육 문제의 핵심도 효라는 키워드로 풀어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 경도되어 어른을 공경하고 부모를 섬기는 전통이 날로 퇴색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제 효는 과거지향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맞고, 세대가 조화를 이루며, 미래가치를 만드는 지렛대가 되어야 한다.

K-HYO가 정신적 실사구시의 시작점이 되어 전통 윤리를 효율적으로 되살리고 현실과 세대에 걸맞은 조화로운 새로운 가치 기준을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해본다.

이희내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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