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가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전액 환불해주는 파격적인 제도를 내놨다. 이른바 ‘등록금 책임환불제’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몇몇 대학들이 장학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일부 등록금을 환급한 적은 있지만 전액 환급은 전국 대학 최초다. 벚 꽃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방대들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세명대가 생존 카드를 빼든 것이다. 세명대는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4년제 사립대다.

권동현 세명대 총장은 어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육이라는 대학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아무도 가보지 않는 길을 가보려 한다"며 등록금 책임환불제 시행 배경을 피력했다. 어느 대학도 시도한 적이 없는 과감한 제도를 도입하자면 위험성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권 총장의 말에 결기가 익힌다. 등록금 책임환불제는 학생이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언제나 전액 환불을 해주는 방식이다. 교육 불만족에 대한 별도의 증빙자료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세명대의 등록금 책임환불제 시행은 오직 교육의 질로 평가받고 선택돼야 한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은 응당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나아가 자신이 받은 교육에 대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대학에 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게 분명하다. 이런 자세가 없었다면 등록금 책임환불제 시행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등록금 책임환불제가 대학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권 총장은 "지리적 위치가 아닌 교육의 질로 (대학을)평가해 달라"고 호소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교육역량이 우수함에도 지방대학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 하는 양태는 시정돼야 마땅하다.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혁신을 해야 한다. 어느 대학이나 할 수 있는 시늉내기식의 혁신은 대학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등록금 책임환불제보다 더한 제도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세명대의 도전을 전국 대학들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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