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대전사회서비스원 원장

아직 채 못다 핀 꽃들이 아우성 없이 사라졌다. 한 송이, 두 송이…온 세상이 화사한 꽃들로 뒤덮인 4월,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친구였던 꽃다운 청년 그리고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16일 10대 소녀가 서울 도심 고층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의 투신 장면을 소셜 미디어(SNS)로 생중계해 더욱 충격을 줬다. 바로 다음날은 중학교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소년이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명 아이돌그룹 멤버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많은 이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사망 소식까지 끝없는 비보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을 콕콕 찌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국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자살자 수는 1만 3352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26명이다.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OECD 최하위권(38개국 중 36위)이다. 모든 자살이 삶의 만족도가 낮아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삶의 만족도와 자살률은 서로 관계가 있다. 그렇기에 삶의 만족도에 대한 낮은 점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살’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120대 국정과제 중 67번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 파트에서 신체 건강뿐 아니라 마음 건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정신질환자·자살 고위험군 지원 강화 및 정신건강 문제 대응체계 확립을 과제 목표로 삼았다.

지난 14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제6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향후 5년 동안 적용되는 ‘제5차 자살예방 기본계획(2023~2027)’을 확정했다.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 구현’을 비전으로 자살률을 2027년까지 30% 감소(27년 18.2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명 안전망 구축, 자살위험요인 감소, 사후관리 강화를 포함한 5대 추진전략, 15대 핵심과제, 92개 세부 과제를 마련했다. 20~70대를 대상으로 10년마다 실시하는 정신건강 검진을 신체 건강 검진과 동일하게 2년마다 하는 것으로 바꾸고, 검사 대상 질환도 우울증에서 조현병, 조울증까지로 확대한다. 전국 17개 시·도에 생명존중안심마을을 조성해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형 자살 예방사업을 추진한다.

대전의 2021년 기준 자살사망자 수는 425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9.3명이다. 17개 시·도 중 강원, 충남, 충북, 전남에 이어 5위다.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은 마음이 건강한 ‘행복한 대전’을 만들기 위해 지난 17일 대전광역자살예방센터, 대전청년 마인드링크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관련 분야 핵심 기관과 함께 대전시민과 청년의 정신건강 증진, 자살 예방, 생명 존중 문화조성 등을 협력할 계획이다.

대전시 자살 예방정책 수립을 위한 자살사망자 현황분석 및 고위험군 실태 조사 연구 또한 진행한다. 현장과 정책 모든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최선을 다해 힘쓸 계획이다.

꽃망울을 틔우지 못한 채 떠나간 누군가의 자녀, 친구였던 이들보다 곱절, 세 곱절의 삶을 살아온 어른으로서 또 돌봄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국화꽃 한 송이보다 더 경건하고 책임감 있는 마음으로 지금 같은 슬픔과 이별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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