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연·대전본부 편집국 정치행정부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사건기자가 된 지 어느덧 한 달, 두 번의 대형 화재를 만났다.

첫 번째는 타이어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사고, 두 번째는 대전 산직동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이다.

두 사건 모두 소방당국이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진화활동을 펼칠 정도로 큰 화재였다.

사건기자로써 첫 ‘현장’이었던 공장 화재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매캐한 연기냄새’, ‘새까만 분진’ 등 순화된 말로 상황을 보도했지만, 사실 현장은 고상한 표현이 어울리지 않았다. 원인도 불분명한 불 때문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연기를 마시며 고통 받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비방용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의 말을 그대로 적어보자면

"도대체가 저놈의 공장은 뭐하는 곳인지, 어젯밤부터 무서워서 잠 한숨 못자고 연기 마셔서 목 아프고 어지러워 죽을 것 같아요. 다 잡아 넣었으면 좋겠어"

공포에 떨며 밤을 꼬박 지새운 주민의 분노가 그대로 느껴지는 말이다. 향후 보상이 이뤄지겠지만 그날 주민들이 겪은 ‘공포의 밤’은 모두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고, 들이마신 유해 연기도 다시 내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번엔 도심 외곽에서 대형 산불이 터졌다.

멈출 줄 모르는 화마가 산림 생태계을 집어삼키는 것도 지켜보기 어려웠지만, 아수라장이 된 긴급대피소의 모습을 본 순간 이마를 짚었다. 화재지점 근처에 각종 복지시설이 위치해 있어 대피민들은 대부분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었다. 이들을 챙기는 시설 직원, 공무원, 구호·소방 인력 등 여러 사람의 동선이 뒤 엉켜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모두가 뛰어다니며 바쁜 상황 속 수첩과 볼펜을 들고 취재 중인 내가 한 없이 쓸모없게 느껴졌다. 미디어로 접하는 산불과 정말로 내 집이 탄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임을 마주하기도 했다.

삶의 터전이 모조리 타버려 절규하는 주민의 목소리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형 화재를 취재하며 가장 뼈저리게 느낀 점은 ‘화재를 일으킬만한 아주 미세한 원인도 만들지 말아야한다’는 것.

한 순간의 방심·부주의로 수많은 생명이 죽고 식생이 파괴되며 사람들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이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