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센터장

며칠 전 동시에 2개의 바이오벤처로부터 낭보가 전해졌다. 기술이전에 따른 마일스톤 기술료로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는 46억원을, 알테오젠은 168.4억원을 수령했다는 소식이다.

마일스톤 기술료는 기술이전 계약 후 개발 단계별로 성공 시 받는 금액으로 개발종료 시점까지 수년에 나눠 받게 된다. 특히 신약 기술이전(라이센스) 계약은 대부분 마일스톤 방식으로 이뤄지며, 계약 체결 후 받는 계약금, 개발 단계별 성취도에 따라 받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로 구성된다.

개발이 종료돼 생산된 제품의 매출에 따라 받는 로열티(경상기술료)는 매출액 대비 비율로 책정되며, 계약시 당사자의 협의에 의해 결정된다. 일찍이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 중국 제약기업에 항체약물결합체(ADC) 후모물질 LCB14를 기술이전해 계약금 208억원을 수령한 바 있고, 알테오젠은 자사의 피하투여 의약품제제화 혁신기술인 ALT-B4를 개발해 4곳의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어, 이번 기술료 수입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알테오젠의 이번 마일스톤 기술료는 2020년 계약금 1600만달라(약 207억원)와 추가로 진행되는 임상개발, 판매허가, 판매실적에 따라 총 38.65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계약에 따른 10대 글로벌 제약사(비공개) 중 한 곳이 진행하는 항암제에 관한 것이다.

신약개발은 도전 그 자체이다.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기간 그리고 수 많은 전문 인력들의 협업을 통해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에 20년 이상 신약개발 경험을 갖는 연구자들이 바이오벤처 창업에 뛰어 들었다. 선행한 IT벤처 붐에 따른 자본은 그대로 바이오벤처에 흘러들어왔고, 국가연구개발의 성과는 바이오벤처 창업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몇몇 바이오벤처들이 수 조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공시켜 계약금과 함께 마일스톤 기술료를 수령하기 시작했다. 더욱 기대되는 점은 향후 예약된 마일스톤 기술료와 로열티 수입이 대거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된 기술제품이 최종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자리 잡는다면 비로소 국산 신약개발 글로벌제약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벤처의 매력은 매출을 통해 자립하는 순간 발산된다.

마일스톤 기술료와 로열티 수입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안정된 매출을 일으킬 수 있고, 시장은 특허로 독점된다. 바이오벤처들의 순이익률이 2~30%가 넘거나 때로는 50%가 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2년도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604개사의 순이익률이 4.67%에 불과한 것을 보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알 수 있다.

순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적은 매출액으로도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종종 타 산업분야 기업으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반면에 바이오벤처가 수조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하고도 신약개발을 위한 글로벌 임상과 후속 신약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면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할 수 있다. 소위 ‘죽음의 계곡’이다.

적자 바이오벤처는 퇴출의 대상이 아니라 포효직전의 사자와 같다. 바이오벤처의 성장 방식이다. 계약금과 마일스톤 기술료를 수백억 수령하지만 적자를 탈출한 바이오벤처가 많지 않다. 그래서 적자 바이오벤처를 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뛰어보지도 못하고 웅크린 상태로 죽을 수야 없지 않는가? 20년을 준비했는데, 여기서 멈추면 뛰기 위해 다시 20년을 준비해야 하거나 영원히 뛰어오르지 못할 수 있다. 우리가 바이오벤처의 성장방식을 이해해야하는 이유이다. 바이오벤처의 현재는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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