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 내달 28일까지 전시
2011년 금고동 안정나씨 묘 이장때 발견
1490년경 작성 추정·한글 빼곡히 채워
대전 지역 한글 사용 증거… 역사적 가치

▲‘나신걸 한글편지’ 보물 지정 기념 전시 포스터.  대전시립박물관 제공
▲‘나신걸 한글편지’ 보물 지정 기념 전시 포스터.  대전시립박물관 제공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시립박물관은 소장유물 ‘나신걸 한글편지’의 보물 신규지정을 기념해 내달 28일까지 박물관 3층 로비에서 박물관 속 작은 전시 ‘최고(最古)의 한글 편지’를 개최한다.

지난 9일자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고시된 ‘나신걸 한글편지’는 2011년 유성구 금고동 안정나씨 묘 이장시 발견된 문화재로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다.

안정나씨 나신걸(羅臣傑, 1461~1524)이 군관으로 영안도(현 함경도)로 갈 때 고향인 회덕에 있던 아내 신창 맹씨에게 보낸 편지다.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가 1490년대라는 점 등으로 미뤄 봤을때 15세기 후반(1490년 경)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편지는 아래, 위, 좌우로 빼곡히 채워 썼다.

주 내용은 어머니와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 조선 시대 무관의 공식의복 철릭 등 필요한 의복을 보내주고, 농사일을 잘 챙기며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부탁이다.

이 편지는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45년이 지난 시점에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과 하급관리에게까지 한글이 널리 보급됐던 실상을 알 수 있다.

대전지역까지 일상생활에서의 한글을 사용했다는 증거로 역사적 가치가 크다.

훈민정음 반포 초기에는 여성과 평민들이 사용했다는 그간 속설들과는 다르게 양반 남성이 일찍부터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또 고대 국어표기 및 문법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며, 한글 서예의 서체 변천 연구 등에서도 매우 높은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

조선 초기 백성들의 삶과 가정 경영의 실태, 농경문화, 여성들의 생활, 문관 복식, 국어사 연구에 활용 가치가 충분하고 무엇보다 훈민정음 반포 실상을 알려주는 언어학적 사료로서 학술적·역사적 가치가 높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나신걸 한글편지’의 실물은 물론 편지 전문내용과 해석문을 함께 볼 수 있다.

더불어 발견 당시의 모습과 수습 및 보존처리 과정,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과정에 이르기까지 ‘나신걸 한글 편지’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한글편지와 같이 발견된 안정나씨 묘 출토 복식 유물 등도 관람 가능하다.

한편 대전시립박물관은 대전의 역사와 문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해 각종 전시 교육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