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저자는 인생에서 한 번도 찬란한 봄날은 없다고 믿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괴롭힌 시린 기억뿐이라고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문득 마주한 시린 기억들은 뜻밖의 그리움이 되어 가슴을 사무치게 했다.

지천명이 돼 다시 펼쳐본 시린 기억은 지우고 싶은 자신의 그늘이 아니라 세상을 나아갈 나침반임을 깨달았다. 저자는 이제 별일 없이 잘 살았다는 고마움으로 모든 감정이 엉켜있는 지난 기억에 감사한다. 이제 시린 기억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앞만 보며 가려고 한다. 아무리 시간을 재촉하여도 세월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세월이 흐른 후에야 알았다. 미래에 불안해했던 젊은 나와 그 미래에 서 있는 나는 같은 사람이지만 세월을 통해 인생의 작은 해답을 얻은 지금이 더 좋다. 지금의 생각이 미래에 또 어떻게 평가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매 순간 우리를 일깨운다. 세상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우리는 세상에 한 번 태어난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항상 이것을 잊지 말자.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스무 살의 해방이다.

저자의 발자취를 통해 누군가가 인생의 실마리를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던 과거의 모습을 미래의 눈으로 욕심부리며 또 다른 모습의 과거였기를 아쉬워한다. 그리고 그것을 후회라고 부른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느 하루 아쉽지 않은 날이 없고 어느 하루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 오십이 된 저자는 인생은 후회도 없고 회한도 없는 세월의 선물이라 말한다. 또 한 번의 강산이 변했다.

저자의 나이 앞에는 오(五)자가 붙었고 이제는 시린 기억 앞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대단해 보이는 인생은 아닐지라도 스무 살을 삼켰던 시간 괴물은 크고 작은 깨달음들을 주며 쉰 살을 뱉어버렸다.

그 깨달음은 누군가에게는 왜곡된 괘변으로, 누군가에겐 공감의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그 깨달음의 끝에는 현재의 ‘나’가 있다. 저자는 남은 인생이 부쩍 짧아 보이는 지금 더 이상 늦은 깨달음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로 한다. 스무 살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저자의 인생에 마지막 자유를 주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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