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기술창업실 책임연구원

며칠 전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서막을 여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나왔다. 민간 우주 스타트업이자 딥사이언스 기업인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첫 민간 로켓인‘한빛-TLV’엔진 비행이 성공적으로 발사됨에 따라 본격적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게 됐다. 우리에게는 ㈜이노스페이스와 같은 딥사이언스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와야 글로벌 기술패권주의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올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적 탐구와 시장혁신을 동시에 지원하는 딥사이언스·딥테크 창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스케일업 R&D에 약2.5조원, 딥테크 유니콘 10곳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00억원 규모의 초격차펀드 및‘바이오 랩허브’조성 등을 추진키로 했다. 그간 정부의 R&D 투자확대는 특허창출, SCIE 논문증가 등의 성과는 있었지만 기술이전, 특허활용 등 경제적 성과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내 기술창업은 2021년 기준 약 24만개사에 달했지만, 딥사이언스·딥테크 유니콘은 0개사이다. 2022년말 국내 유니콘 22개사는 대다수 기술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O2O 서비스 또는 내수용 플랫폼 기업이었다. 신소재, AI, 첨단바이오 등 딥사이언스를 주된 사업모델로 삼은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그렇다면 딥사이언스 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어디일까· 바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정부 출연연이다.

필자는 출연연 기반의 딥사이언스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출연연 기술사업화 전담조직인 TLO에 대한 전폭적인 자원 투입이 필요하다. 2022년말 25개 출연연 기술료 수입은 1254억원, 기술이전 계약은 1999건, 누적 창업건수는 616건이다. 수치상으로 보면, 출연연이 딥사이언스 기술사업화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출연연은 R&D 중심 운영으로 인해 2016년 대비 2022년 연구성과 확산예산 감소(2.0%→1.4%), 전담인력(240→195명) 및 전문인력(170명→122명) 감소 등 출연연 내부의 기술사업화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출연연 기술사업화 첨병 역할을 하는 TLO에 대한 과감한 자원 투입이 없다면 딥사이언스 창업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출연연 기술지주회사에 대한 강력한 신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출연연 기술지주회사는 에트리홀딩스, KST(한국과학기술지주) 두 곳 뿐이고, 신규 설립을 고려 중인 출연연도 있다. 2022년말 기준 에트리홀딩스의 경우, 투자한 기업들의 전체 가치가 1조원을 넘어섰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출연연 기술지주회사를 지원하는 사업은 많치 않아, 정부차원의 확실한 마중물 투입이 추진된다면 딥사이언스 유니콘 탄생이 멀지 않다고 본다.

셋째, 회색코뿔소가 될 수 있는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이 필요하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요인을 의미하는‘회색코뿔소’처럼 아직 표면화가 되지 않았지만, 출연연 연구자가 기술창업을 할 때 현재의 이해충돌방지법은 기술활용·주식보유·이해관계 범위·각종 계약 이슈 등에 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범법자가 될 수 있다.

1960년대 말 정부는 과학기술발전이 중요한 국가 전략자산이라는 인식하에 출연연 탄생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단행했다. 그 결과 출연연이 우리나라의 기술강국 근간을 만들었고,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의 핵심자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 정부의 관심사가 R&D 뿐만 아니라 출연연 딥사이언스 창업을 통해,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헥토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와 과감한 모험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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