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시간에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벚꽃. 사진=김윤주 기자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아침이 어렵다. 물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든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보다 요즘 더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오늘의 코디’다. 아, 물론 날씨가 명확할 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름엔 반팔, 겨울엔 패딩’ 같은 국민 공식도 있지 않은가. 문제는 ‘요즘 날씨’다. 지난 일주일만 해도 그렇다. 날 몇 번이나 시험에 들게 했다. 이게 나 혼자만의 문제라면 그냥 조금 추워하고 조금 더워하면 된다. 아이의 옷차림이 문제다. 봄이 온 거 같아 아이의 내복을 벗겼다. 그리고 대신 러닝셔츠를 입혔다. 그랬더니 그날 강풍이 부는 게 아닌가. 아이는 코까지 훌쩍였다. 아직 아닌가 싶어 다시 내복을 입혔다. 그랬더니 아이가 집에 와서 "나 너무 더워떠"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유치원 활동사진을 보니 아이 혼자 ‘겨울’이었다. 오락가락한 날씨 그놈이 날 ‘바보 엄마’로 만들고 있다.

☞벌써 꽃이 폈다. 일러도 너무 이르다. 맞을 준비도 안됐는데 꽃이 펴버렸다. 심지어 아직 패딩을 집어넣지도 않았다. 그래도 화사하니 눈이 간다. 그리고 연신 꽃 사진을 찍어댄다. 나도 늙었나 보다. 걷다 보니 꽃들이 참 다양하게도 폈다.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참 많은 꽃들을 만난다. 어느 한 아파트에선 벚꽃이 인사한다. 또 어느 담벼락에선 개나리가 손을 내민다. 그리고 다소 삭막한(?) 회사 주차장에도 동백꽃이 피었다. 온 사방 봄이 왔다. 찾아가기도 전에 이미 왔다. 아니, 생각지도 않았는데 와버렸다.

☞속 사정은 ‘아름답지 않다’. 봄이 빨리 온 것도, 꽃이 빨리 핀 것도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지구온난화’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따뜻해져서 봄의 시작이 빨라진 것이다. 말 그대로 이상기 후다. 그리고 그건 알다시피 ‘인간’ 때문이다. 오락가락한 날씨도, 달려온 봄꽃도 어찌 보면 일종의 ‘경고’다. 온실가스에 열받은 지구의 분노이다. 남부 지방은 지금 극심한 가뭄에 괴로워하고 있다. 강릉 경포호에서는 굴이 대량 서식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신기함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상해서 비상이다. 얼마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회원국은 6차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후 지구 지표면 온도가 1.1도 상승했다. 그리고 2100년까지 최고 4.4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골든타임이 겨우 10년 남았다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이 시한폭탄을 못 막으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것이다. 오늘은 ‘세계 기상의 날’이다. 봄꽃의 예쁨보다 그 안에 있는 인간의 못남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이젠 벚꽃을 보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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