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문화레저부장

우리 모두는 행복해 지길 원한다. 지금은 행복하지 않지만 언제가는 행복해 질 거라는 꿈을 꾸며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미래의 먼 행복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현재의 작은 행복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하루하루를 만족스럽지 못하게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만이 느낄 수 있고 정의할 수 있는 주관적인 개념이다. 어떤 수치로 계량화해 객관적인 잣대로 판단할 성질이 아니다. 작은 행복, 큰 행복을 저울로 달아 무게를 잴 수도 없다. 마음 속에 존재하고 마음 먹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 행복인데도 우리가 지금 현재의 행복을 찾지 못하고 허망한 미래의 큰 행복 찾기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바로 지나친 탐욕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특히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요즘 세태에선 행복의 가치를 너무 재물에만 치우쳐 두는 경향이 짙다. 물론 재물은 삶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윤택하게 하는 수단이므로 행복의 한 요소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재물을 행복의 척도로 삼고 그것에 사로잡히다보면 현재의 행복은 결코 다가오지 않는다. 훗날 재물이 어느정도 충족되었다고 한들 그때가면 또다른 재물에 탐닉하게 돼 행복은 다시 붙잡을 수 없을 만큼 멀어지고 만다.

사회적 지위나 명예욕 등 출세욕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목표로 한 선까지만 다다르면 행복할텐데 하지만 막상 그 선에 이르면 또다른 욕망의 선이 높게 그려져 있어 현재의 행복을 앗아가게 된다.

이렇듯 한계가 없는 욕구 충족에 행복의 가치를 둔다면 지금의 행복은 싹조차 움트지 못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행복은 멀리 있는 큰 행복을 잡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마음 속에 있는 작은 행복을 삶의 과정에서 가꿔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순간순간 일상의 작은 행복이 모여 일생의 큰 행복을 이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행복은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가 훨씬 영향을 미친다. 가슴 속에 핀 마음의 꽃이 행복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고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김소운의 수필 '가난한 날의 행복'은 물질적 부(富)에 행복의 가치를 두는 요즘 세태에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남편은 실직으로 집안에 있고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조그만 회사에 다니는 신혼부부 였다. 어느날 아침 쌀이 떨어져 아내는 굶고 출근하게 됐다. 아내가 안스러운 남편은 "어떻게든지 변통을 해서 점심을 지어 놓을테니 그때까지만 참으오"라며 미안해 했다.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어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 한 그릇과 간장 한종지….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위에 있는 쪽지를 보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걸로 시장기만 우선 속여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돌았다. 왕후가 된 것보다도 행복해 했다. 만금(萬金)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부풀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물질만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 준다. 방글라데시는 국민소득이 수백 달러에 불과한 빈곤국이다. 하지만 그 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놀랍게도 세계 1위로 조사됐다. 여기서도 행복은 물질보다 현재의 삶 속에서 스스로 만들고 느끼고 내면에서 움터나오는 정신적 풍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새 봄을 맞아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행복의 꽃씨'를 심어보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