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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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꿈은 거창하다. 유년 시절, 서울대를 꿈꿨던 나처럼 말이다. 하지만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면 목표는 작아진다. 나의 출산 계획 또한 그랬다. 워낙 아이를 좋아했던 나는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다. 적어도 세 명은 낳고 싶었다. 당시 남자친구던 남편은 더했다. 자녀 계획을 물으면 항상 ‘네 명’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건 정말 ‘꿈’이 돼버렸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들의 몽상이었다.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됐다. 그리고 첫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됐다. 넷째는커녕, 또 셋째는커녕 ’둘째’ 마저 환상이 돼버렸다.

☞아이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아이들이 안 태어난다. 아니, 아이들을 안 낳는다. 아니, 낳을 수가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이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은 1.24명이던 2015년부터 줄곧 내리막길이다.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국가 중 꼴찌다. 그냥 꼴찌도 아니다. 8년째 꼴찌다. 그리고 1.0명이 안되는 유일한 나라다. 이렇게 1명도 안되는 합계출산율은 과거 동독이나 소련처럼 체제 붕괴를 겪는 격변기에 나타나는 수치라고 한다. 정말 ‘수치’의 수치다.

☞미래도 어둡다. 국무조정실이 1만 5000명(19~34세)을 대상으로 ‘청년 삶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또한 충격적이다. 응답한 여성 절반가량인 55.3%만 "출산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다소 서글픈 응답이 나온 이유도 이 설문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응답자 중 취업자 비율은 67.4%였다. 청년 57.5%는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었다. 그리고 그중 67.7%는 "아직 독립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자신조차 건사하기 힘든데 자식을 낳을 수 있을 리 없다. 이해가 되어 아프다. 아프니까 대한민국 청춘이다.

☞부모도 힘들다. 이미 됐지만 잘하고 있는진 모르겠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가 클수록 죄가 늘어난다. 부모로서의 시간 대신 회사원으로서의 자리를 택했다. 짧은 육아휴직은 양가 부모님들을 ‘베이비시터’로 만들었다. 어린이집에 가면 한숨 돌릴 줄 알았다. 현실은 부모님을 ‘등·하원 도우미’로 만들었다. 아이는 어쩌다 몇 번 엄마가 데리러 오면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 웃음이 그간의 눈물 같아 웃을 수 없다. 아이를 위해 일하지만 아이가 행복한진 잘 모르겠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니 벌써 사교육 소문에 휘둘린다. 영어·미술·피아노 학원 등등에 귀가 팔랑댄다. 학원비는 늘 상상을 초월한다. ‘아직 어리니 건강하면 됐다’ 싶다가도 한구석이 찝찝하다. 아이가 아프면 마음도 아프지만, 머리도 아프다. ‘누가 연차 내나’·‘누가 보나’는 부부의 논쟁거리다. 월급은 집 대출금·생활비·공과금으로 훅훅 사라진다. 아이 하나도 얼굴 보기 힘드니 둘째는 언감생심이다.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다.

김윤주 뉴스플랫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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