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센터장

요즘 지역 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 제발 일할 사람 좀 구해달라고 아우성이다. 특히 첨단기술 기반 바이오벤처는 세포나 DNA 또는 RNA를 만져본 숙달된 연구개발 인력 또는 제조생산 인력을 구하기가 하늘에서 별따기라고 한다. 왜 그럴까? 기술집약적인 제품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는 채용인력의 요건으로 대부분 석박사급 정도의 학력 수준을 요구한다. 문제는 실제 필요한 인력의 70% 이상이 석박사급인데, 대학 졸업생의 10% 미만이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머지는 구직활동을 한다. 이러한 기업의 수요와 인력 공급의 질적 양적 차이는 고스라니 벤처기업의 인력난으로 이어진다. 대전지역 바이오관련학과(총 88개) 재학생 수는 약 1만 8000명이며 매년 졸업생은 약 4500명에 이른다.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나 취업과 연계한 교육과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취업률은 계속 떨어지고 벤처기업의 인력난은 지속될 것이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대전지역은 올해 고3 학생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으로 조사됐다. 이대로 간다면, 절대 학생 수가 감소돼 지역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현재 대학과 지역사회는 이러한 인력수급의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우선 대학에서는 재학생들에게 기업의 수요를 반영해 해당 기술과 전문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훈련시켜 취업시키는 정책을 우선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계약학과는 산업체 요구에 따라 특별한 교육과정을 설치해 운영하는 학과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2023년도 계약학과 선발인원은 1982명이나 대전은 충남대 40명, 충청지역은 순천향대의 130명을 제외하면 없는 실정이고, 2023년도 신설로 대전의 KAIST가 삼성전자와 계약해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 100명을 선발한다. 이와 같이 전국적으로도 대부분 전기전자 반도체분야에 집중돼 있는 계약학과 운영이 바이오전공분야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해당하는 분야별 기사 자격증 취득과정을 학점과 연동해 학생들의 취업 스펙을 쌓아가는 방법도 동원된다. 하지만 이론 중심의 교육보다는 실무중심의 현장교육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일부 특성화대학의 취업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바이오 특성화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충남 논산)는 5년 평균 취업률 89%이며 90%이상의 취업유지율을 보이고 있고 굴지의 바이오기업에 줄줄이 취직이 된다. 비결은 간단하다. 실제 연구개발 환경이나 제조생산 환경에서 필요한 기술과 기기장비를 운전할 수 있는 훈련을 통해 지식과 숙달된 기술을 습득하게 하는 것이다. 대학과 지방정부가 지역의 바이오벤처와 산업육성을 위해 함께 인력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지식산업이고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이다. 이를 위해 대학은 단순 이론교육을 넘어 현장경험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지방정부는 기업과 대학 사이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원을 과감히 투자해 줘야 한다. 그래서 제안한다. 고교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훈련받아 바이오벤처에 취업할 수 있도록 산학연관이 함께 바이오분야 전문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자. 이제 벤처창업 생태계에서 산업이 형성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태동하고 있는 바이오산업에 있어서 훈련된 산업인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바이오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인력난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기고 간과해서는 안된다. 향후 100년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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