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場萬事-행복을 파는 충청시장] 46. 천안병천시장
1918년 공식 개설됐지만 300년 넘는 역사 지녀
6·25 이후 햄 공장 들어서… 명물 ‘순대국밥’ 탄생
1919년 3월 1일 유관순 열사 독립만세 외친 곳
바로 옆엔 독립기념관 자리… 호국충절의 고장
인근 ‘병천순대 거리’ 병천 순대집 50여곳 위치
작은창자로 만들어 돼지 누린내 적은 것 특징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 3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천안 병천시장

천안 병천시장은 1918년 개설된 상가 주택형의 시장이다. 공식적으로 시장이 개설된 시점이 1918년이지 병천시장은 3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으로 알려졌다.

영남과 호남, 서울을 이어주는 길목에 위치한 병천시장은 조선 시대 때부터 청주와 진천, 조치원 등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상인이 모여들어 형성된 시장이라고 한다. 병천시장은 1919년 유관순 열사의 만세 운동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병천시장은 아우내 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아우내’란 ‘두 개의 내를 아우른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6·25 전쟁 이후에 병천면에 서양식 햄 공장이 들어선 후 돼지고기 부산물을 이용한 순대를 만들어 장날마다 순대국밥을 팔게 됐는데 이것이 시장만의 명물이 됐다.

2007년에는 인정 시장이 되었고, 2008년에는 주차장 조성 등을 통해 시설 현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2011년에는 병천시장 일원 6534㎡ 지역이 천안시가 전통 시장 보호를 위해 지정한 전통 상업 보존 구역으로 지정됐다. 병천시장은 2022년 현재 구역 면적 8264㎡ 규모로, 180개의 점포가 영업 중인 상가 주택 복합형 시장이다. 상인회는 2007년 5월 등록했는데 현재 35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품목은 농축산물 및 먹을거리, 잡화 등이다. 병천 순대가 유명하며, 시장의 50여 개 점포가 아우내 순대집 거리로 널리 알려졌다.

매월 1일, 6일, 11일, 16일, 21일, 26일에는 ‘오일장’이 열린다. 천안시에서도 2020년 말부터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을 통해 시장 내 개별점포 35곳를 지원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전통시장 소방안전지도’를 설치해 상인들의 자발적인 소방시설 및 소방용수 활용능력을 키우고 화재안전성 확보를 도모했다.

◆ 유관순 열사 만세 운동 등 ‘호국충절의 고장’으로 유명

천안 병천시장은 병천이 고향인 유관순 열사가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를 외쳤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유 열사는 당시 아우내 장터에서 3000여 군중에게 태극기를 나누어 주며 시위를 주도하다가 출동한 일본 헌병대에 체포됐다.

이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일본 헌병들이 쏜 총에 맞아 피살되고, 집마저 불탔으며 자신은 공주 검사국으로 이송됐다. 유 열사는 그 후 경성복심법원에서 3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 중 고문에 의한 방광파열로 순국했다. 유 열사의 마지막 유언인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은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라는 말은 지금도 우리의 마음속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유 열사 외에도 병천시장 바로 옆 목천에는 독립정신과 겨레의 얼이 숨 쉬는 독립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녕, 조병옥 등 여러 독립지사들이 태어나 활동한 곳으로 천안시는 ‘호국충절의 고장’으로 천안을 홍보하고 있다.

◆ 천안 특산물 ‘병천순대’ 전국적 인기 끌어

전국에 명성이 높은 병천 순대집 50여 곳이 집중된 병천순대거리는 병천시장과 인접해 있다. 천안 맛 집 명소로 알려졌다.

병천순대거리는 ‘천안 12경’ 중 하나로 포함돼 있으나 천안시가 2022년 12경을 8경으로 재편하면서 현재는 빠진 상태다. 시는 향후 지역 특색 거리와 맛집 등을 별도로 모아 홍보한다는 계획인데 여기에 병천순대거리가 포함될 것이 유력시된다. 병천순대는 1960년대에 병천 인근에 돈육을 취급하는 햄 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잡채 대신 야채와 선지가 많이 들어가는 순대를 만들어 먹었다. 그때 병천 장날에 순대를 팔던 음식점이 한두 곳 있었던 것이 시초이다.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1998년부터는 천안시 특색 음식점으로 지정됐다. 당시 10여 곳에 불과하던 순대 음식점이 그 후 수십 곳으로 증가하며 순대 골목을 이루고 있다.

큰창자(대창)를 쓰는 평안도, 함경도의 ‘아바이 순대’와 달리, 병천 순대는 작은창자(소창)를 써서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적다. 잘 손질한 소창에 배추, 양배추, 당면 등을 넣어 만든 야채 순대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병천 순대국은 돼지 뼈를 진하게 우려내 기름기를 제거한 후, 병천 순대를 넣어 끓여 담백하고 깊은 맛을 낸다. 병천순대가 전국적으로 명성을 끌게 된 원인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지만 다양한 ‘설’들은 존재한다. 인근에 골프장이 속속 들어서며 골프를 마친 사람들이 자연스레 접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설이다. 일각에서는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된 2005년 이후 전철을 타고 천안역에서 병천까지 대중교통이 연결된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독립기념관과 홍대용과학관, 유관순 열사 사적지, 석오 이동녕 선생 생가, 유석 조병옥 박사 생가, 은석산에 위치한 어사 박문수묘 등 병천시장 인근 관광지의 기대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도 천안 병천시장은 장이 설 때마다 지역주민은 물론 천안 동남권의 공장과 농장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대거 몰리며 이색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병천면과 성남면 지역은 국내로 입국한 태국인이나 베트남인들이 한 번씩은 거쳐 가는 거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천안 병천시장에 대한 인지도가 국내를 넘어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확대되는 것까지 기대되고 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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