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고 있다. 사진=한유영 기자
대전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등교하고 있다. 사진=한유영 기자

학생 개인의 개성이 매몰될 수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교들이 교복을 선택하는 것은 몇가지 장점 때문이다. 그 중 한가지는 모두가 교복을 입을 경우 옷의 가격에 따른 위화감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교복의 목적 중 아주 작은 부분이겠지만 부모의 재산과 소득수준이 그대로 아이의 계급이 되는 말도 안되는 불합리를 예방하는데 분명 효과가 있다. 아침마다 옷투정을 부리는 자녀와 엄마의 불필요한 실랑이도 덤으로 차단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교복만으로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아이들 사이에서 교복 위에 걸치는 외투로 계급을 나누는 것이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면서 ‘등골브레이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모의 등골이 휠 정도로 부담이 가는 비싼 패딩을 사달라고 조르는 자녀를 비하하는 용어도로 쓰이지만 특정 브랜드별로 등급을 나누는 용도로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브랜드별 가격대를 피라미드 형태로 정리한 표까지 돌고 있는게 현실이다. 아이들은 잘못에 대한 인식없이 재미로 등급을 나누고 그 기준 안에 자기를 가두기도 한다. 부모들도 아이들의 기준을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제 며칠 뒤면 새학년 신학기가 시작된다. 자녀를 첫 학교에 보내는 초등학생 학부모부터 대학생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개학 준비에 바쁠 때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겠지만 지갑을 열어야 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한다. 물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목돈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딩뿐만 아니라 가방과 신발도 등골브레이커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정말 등골이 휠 지경이다.

20만~30만원이 훌쩍 넘는 비싼 특정 브랜드 가방은 중고생 절반 가까이가 메고 다닐 정도로 유행이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문화가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자녀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옷과 가방과 신발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다시 한 번 말해줘야 한다. 물론 아이들을 설득하는게 대부분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신학기 새로운 과정의 시작부터 아이들이 잘못된 인식을 고착시키도록 나둬서는 안된다. 그래서 부모는 더 어려운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