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선 청주시 세정과 체납관리팀 주무관

지난해 청주시는 가택수색을 비롯한 강도 높은 징수활동을 통해 1조 340억 원의 세금을 징수하였다. 업무에 최선을 다한 세무공무원들을 향해 일부 시민은 “세금만 잘 걷어 들이지 말고, 제설이나 잘해라”라고 신문 기사에 답글을 달기도 했다.

올해는 가짜 무재산 체납자들을 향해 소송이라는 칼날을 들이대려고 한다.

인력이 충분하고, 보상이 충분해서, 청주시 세무공무원들이 고도의 지능범들을 수색하고 징수하는 것일까.

전국 어느 시군에서도 본청에 일반직 징수인력이 팀장 제외 2명인 곳에서 이 정도의 업무를 도전하고 시도하는 곳은 찾지 못했다. 대부분 조직이나 환경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 고난도의 징수업무를 손대기 시작한다. 열악한 인력으로 고난도의 업무를 시작하다 보면, 또 가장 기본을 놓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짜 무재산 체납자와 진짜 무재산 체납자를 구분하여 가짜들에게 가택수색이나 형사고발, 소송 등 강력한 무기를 들이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청주시민의 99%가 성실납세자들이기 때문이다. 청주시민의 99%는 좋든, 싫든 재산세, 자동차세를 성실히 납부한다. 물론 잠시 망각하거나 잠시 미루기도 하지만 그들은 결국 회피하지 않고 세금을 납부한다.

하지만 세무공무원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서 무재산자 행세를 하는 고도의 지능범들은 그렇지 않다.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본인 명의로 어떠한 것도 소유하지 않는다. 거액의 세금 발생이 예상되면 발 빠르게 재산 명의를 돌려놓기 때문이다. 강력한 징수를 향한 칼날은 그들을 향해야만 한다.

청주시의 22년도 총 징수율(도세포함)은 96.7%이다. 서울의 경우 본청의 38세금 징수과의 활약 덕분에 청주시에 비해 대부분의 자치구 징수율이 1~2% 높다. 향후 청주시의 징수율이 1% 올라간다면 아마도 가짜 무재산자를 향한 징수성과일 것이다.

세무공무원으로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부자들은 세금 안 내고 다 빼돌리는데 왜 나 같은 사람한테만 세금 걷냐”라는 말이다.

성실납세자가 손해 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가짜 무재산 체납자를 정확히 걸러내어 추적하고 징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민원에 시달리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더라도 말이다. 또한 한 개인의 열정에 의존하지 않도록 징수조직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2023년도 첫 시작도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려내며 성실납세자가 억울해하지 않는 공정사회를 위해 청주시 세정과는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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