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정된 바 없다" 선긋기 속
충남 천안·홍성·예산 등 출마 점쳐
국힘 소속 정치인들 벌써 견제구
김태흠 "벌써 간 보고 있는 것 같다"
홍문표 "지역민이 원하지 않을 것"

▲ 양승조
▲ 양승조

[충청투데이 이병욱 기자] 국회의원 총선거를 1년여 앞두고 양승조 전 충남지사의 거취가 지역 정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양 전 지사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충청 여권 인사들이 일찌감치 양 전 지사를 견제하는 모습이다.

19일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양 전 지사의 차기 총선 출마 예상지는 현재 상한 인구수를 넘어 조정이 필요한 충남 천안 지역과 충남도청 소재지인 홍성·예산 지역구 등이 점쳐진다.

애초 가장 유력한 출마지로 꼽혔던 지역구는 천안을 지역이었다. 현재 천안을 지역은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성비위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달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상한인구수(27만 1042명)를 초과한 분구 대상 지역으로 천안을 지역구를 꼽으면서, 이곳을 포함한 천안 지역 선거구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오는 4월 10일까지 재획정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천안을은 물론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의 지역구인 천안병에서도 양 지사의 출마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여기에 양 전 지사가 올 초 홍성·예산 지역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지사직을 수행했던 곳에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양 전 지사는 말을 아끼고 있다. 양 지사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토균형발전위원회 발족식에서 기자와 만나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충청권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은 양 전 지사의 다음 행보에 벌써 견제구를 던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총선에서 양 전 지사와 대결해 승리한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주 재경 충청권 기자단 간담회에서 "양 전 지사가 낙선한 뒤 1년 정도는 잠행할 줄 알았는데, 지역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등 벌써 간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에둘러 비난했다.

양 전 지사의 천안 지역 출마설에 대해서도 "후배 자리에 선배가 가는 게 이치에 맞는 일인가"라며 "세상에 자기 새끼를 잡아먹는 부모가 어디 있나"라고 비난했다. 현역인 이 의원을 과거 양 전 지사가 민주당 천안병 청년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국회 입성을 도왔다는 점을 꼬집은 것.

홍성·예산 현역 의원인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도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양 전 지사에 대해 "도지사 경력이 있다고 낙하산 타고 (홍성·예산 지역구에) 내려온다면 지역민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홍 의원이 양 전 지사의 홍성·예산 출마를 내심 바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947년생인 홍 의원에 대해 지역에서 나오는 ‘세대교체’ 목소리를 잠재우려면 민주당에서 양 전 지사 급의 중량감 있는 후보가 출마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색이 강한 홍성·예산에서는 홍 의원이 아니더라도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를 뽑아줄 텐데, 양 전 지사 같은 강력한 경쟁상대가 나온다면 다선에 인지도 높은 홍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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