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회화 교수

모든 것에서 잠시 떨어져 향기 좋은 커피의 여유로움이 주어지는 학교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다.

나이가 들수록 공간에 대한 애착은 나만 느끼는 건 아닐 게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이 아닌 오로지 나만의 공간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고 고맙다.

마음은 여유로우려면 누릴 것이 많은데 말이다. 경쟁하듯 시간에 쫓기고 누군가를 오해하고 서운해하고…. 얼마나 나약한 모습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마음도 나만의 시간이 허락된 향기 나는 공간 덕부이라 생각한다.

설날 명절도 지나고 본격적인 2023년이다. 뭐라 해도 음력 설날을 보내고 나서야 새로운 마음으로 완전한 2023년이 된 것 같다. 새롭게 마음을 다질 수 있고 마음에게 쉼표도 찍을 수 있고 말이다.

어제, 오늘, 내일은 반복되지만 나는 어쩌면 오래전 오늘에서 살짝 비껴나 어제를 회상하고 그림을 그려가는지도 모르겠다. 내 시간을 증명해 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려가고 창작은 동심이거나 나 속의 순수한 열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은 어지럽게 사는 세상만큼이나 나의 연구실은 늘 어지러움을 유지하고 있다. 정돈된 곳에서는 반듯한 그림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어지러움을 유지하는 걸까.

오늘은 연구실을 새해맞이 정리를 하고 어수선함은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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