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국토경계한바퀴 5228㎞ 완주
사람들에 용기·희망 주려 도전
매주 금·토요일 80~100㎞ 달려
사회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곳’
마라톤 1㎞당 1만원씩 적립
장애인 복지시설에 지속 기부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
황톳길 조성… 전국적 명소 돼
이색 새해맞이 맨몸마라톤 펼쳐
수도권 일극화 지방소멸 직결
지역 제품 사주는 노력 펼치면
지역과 기업 발전시킬 수 있어

▲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맥키스컴퍼니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괴짜왕’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지난달 26일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한 바퀴’ 5228㎞를 ‘두 발’로 완주했다. 그의 집념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지역사회 공헌활동 역시 스케일이 남다르다. 2006년부터 이어진 계족산 황톳길 조성 등 사회공헌 활동은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뚜렷한 철학을 바탕으로 시대를 앞선 이색적이고 파격적인 그의 행보는 훗날 지역기업이 나아갈 길에 이정표가 될것이다. 오늘도 그가 걷는 길은 새로운 길이 된다.

대담=이승동 취재1팀 경제부장

-최초로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 5228㎞를 완주했다. 도전에 나선 계기와 주요 코스를 소개한다면.

"코로나19로 일상이 바뀌면서 전 세계가 무기력에 빠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회사도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평소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었던 경험을 살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뜀박질’ 마라톤을 생각했다. 60대 중반의 나이에도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니까 ‘대한민국 한 바퀴’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코리아 둘레길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바다3면 해안길과 도서지역(4472㎞), DMZ길(469㎞), 제주도 둘레길(244㎞), 울릉도(43㎞)까지 대한민국 한 바퀴 도전에 나섰다. 주 중에는 일하고, 매주 금요일 새벽 차량으로 출발지로 이동, 금·토요일 이틀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80~100㎞씩 달렸다. 2021년 12월 3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해 116일에 걸쳐 518시간 57분 59초를 뛰었다. 지난달 26일 출발지였던 통일전망대에 도착, KRI한국기록원으로부터 ‘대한민국 국토 경계 한 바퀴’ 최단시간 완주, 최고기록으로 공식 인증받았다."

-이번 여정은 세상에 ‘도전정신’, ‘꿈’과 ‘희망’이라는 울림을 줬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을 사전답사 한 번 없이 60대 중반의 나이에 스스로 개척하면서 결국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위에서는 김정호 선생이 걸어서 대동여지도를 완성했던 것에 빗대 대동‘런(run)’지도를 만들었다고도 얘기한다. 흔히 마라톤을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에 비유한다. 마라톤 풀코스 42.195㎞를 뛴 다는 자체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다는 의미도 있고, 시작 전에는 성공에 대한 기대감과 한편에는 실패의 두려움, 레이스 도중에는 육체적 고통과 포기하고 싶은 생각, 완주를 하고 난 뒤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과 성취감, 자신감까지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마라톤은 자신과의 약속이고, 정직한 운동이다. 하물며 마라톤 완주 124회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한 바퀴는 어떻겠는가. 이번에 내가 뛰었던 것처럼 몸에 무리가 오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남들과 경쟁하거나 기록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인생도 똑같다. 살다 보면 추운 날도 있고, 더운 날도 있다. 때로는 빙판길도 나타나고, 오르막길도 만난다. 어렵고 힘들 일이 있어도 포기만 안 하면 된다. 지레 겁부터 먹고 시도조차 안 해보거나 포기할 게 아니라 무슨 일이든 ‘도전’하고, 난관을 만나더라도 ‘끈기’를 갖고 부딪히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이런 점에서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드렸다고 자부한다."

-마라톤으로 적립금을 모아 장애인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 기부활동에 각별한 이유는.

"내 평소 가치관 중 하나로 ‘몸이 답이다’가 있다.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목표했던 일정을 마치고 나면 보약을 먹은 기분이 든다. 보약이 좋다고 한 번에 먹으면 효과가 있겠는가.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마라톤도 똑같다. 준비하지 않으면 완주하기 어렵고, 시작했으면 속도보다 끝까지 꾸준히 뛰는 끈기가 가장 중요하다. 또 혼자 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마라톤은 신이 주신 선물 중 하나다. 하지만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에 대한 부채의식을 느끼고, 2020년부터 마라톤 1㎞당 1만원씩 모아 휠체어 체중계, 전동하지운동기 등을 구입해 장애인 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사실 이번 여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주위의 도움도 컸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응원 온 이들이나 현지의 지인들과 최고의 술 안주인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술 한잔 하면서 에너지를 얻은 덕분에 힘든 줄 모르고 이번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달리기는 혼자 할 수 있지만 사회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곳이다. 이런 마음으로 지난해 11월까지 그동안 마라톤을 하면서 적립한 7000여만원 중 5072만원을 장애인복지시설에 기부했고, 이번 도전에서도 반환점을 돈 3600㎞ 지점인 충남 보령에서 충남지체장애인협회에 3600만원을 전달했다."  

▲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대한민국 한 바퀴 5228km 완주에 나서 87일차 충남 태안군 해변가를 맨발로 달리고 있다. 사진=맥키스컴퍼니 제공
▲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이 대한민국 한 바퀴 5228km 완주에 나서 87일차 충남 태안군 해변가를 맨발로 달리고 있다. 사진=맥키스컴퍼니 제공

-맥키스컴퍼니의 사회공헌 활동은 요즘 세대의 말로 ‘찐’이라 여겨진다. 대표적인 사회 공헌 활동과 지역민들의 사랑이 각별한 비결은.

"지역 향토기업으로서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하며 얻은 기업의 이익을 지역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며 지속 가능한 일을 하고 싶었다. 이러한 마음으로 맨발 걷기의 효능을 경험한 뒤 2006년 계족산의 자갈길을 걷어 내고, 황톳길 14.5㎞를 조성했다. 이후 매년 황토 2000t을 새로 깔면서 관리하고 있다. 이런 꾸준함을 알아주는 발길이 늘면서 계족산 황톳길은 대전을 넘어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대전에서 유일하게 ‘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되는 영예를 안은 것은 덤일 뿐이다. 또 대전이 문화 불모지로 여겨지고 있는 안타까운 마음과 발상의 전환 차원에서 산에 피아노를 올려 오페라 공연을 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그래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째 숲 속에서 열리는 음악회 ‘이제우린과 함께하는 뻔뻔(fun fun)한 클래식’ 공연을 하고 있다. 앞서 마라톤을 하면 보약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라 했다. 나 혼자만 보약 먹는 게 아깝고 미안해 많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마라톤 행사를 떠올렸다.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11분 11초에 출발해 대전 갑천변 7㎞를 맨몸으로 달리는 이색 새해맞이 행사 ‘대전맨몸마라톤’이다. 2019년부터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지역민이 구매하고, 기업은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지역소비 운동의 일환으로 판매한 소주 1병당 5원을 적립하는 ‘이제우린 지역사랑 장학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로 일부 대면행사는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처럼 한 번 시작하면 ‘끈기’를 갖고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니 주위의 사랑도 커지는 것 같다. 또 지역민들뿐 아니라 전 임직원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참여하고, 즐기다 보니 진정성까지 더해지고 있다. 즐기는 자를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이제우린 지역사랑 장학캠페인’의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다. 원인은 무엇인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지역 청소년들이 꿈과 미래를 포기하거나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데 조그만 보탬이 되고자 2019년부터 10년간 40억원을 목표로 장학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첫해 3억 798만원을 기록한 뒤 2년차 2억 1399만원, 지난해는 2억 293만원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면서 목표 달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준 영향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물량 공세, 마케팅 탓에 지역 주류 업체들의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문제는 지역 주류 업계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모든 지방·산업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수도권 중심 일극화로 인한 대·중소기업간 격차 확대, 사회 양극화, 지방 소멸 문제와도 직결되는 셈이다. 지역 중소기업이 쇠퇴하면 지역에 일자리가 사라지고,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 지역에 인구가 줄면 경제, 교육,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 지역은 소멸한다. 하지만 우리들의 조그만 관심과 노력으로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우리 지역·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겉에 붙어있는 유명 연예인 사진만 보고 구매하기 전에 우리 지역의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있나 한 번 살펴보고, 가격이나 품질도 나쁘지 않으면 지역 제품 먼저 사주면 된다. 중앙 뉴스만 보지 말고, 지역 언론·지역 방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늘면서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을 알아주는 가치 소비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궁즉통(窮則通)이란 말이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뜻이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탓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나부터 목표를 향해 끈기를 갖고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끝으로 향후 계획과 하고 싶은 말은.

"개인적으로는 뜀박질을 좋아하니까 다음에는 우리나라의 호숫길도 한 번 뛰어보고 싶고, 좀 더 큰 계획으로는 경로우대증을 받는 나이가 되면 유럽이나 해외에 나가서 90세까지 뛰면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 이번 대한민국 한 바퀴를 완주하게 된 계기가 코로나로 실의에 빠져있는 국민들께 ‘끈기’를 갖고 ‘도전’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의도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변명하고, 포기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조그만 난관을 하나씩 극복하다 보면 그 힘이 쌓여 어떤 일이든 자신감을 갖고 이겨낼 수 있다. 요즘 회사도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듣는다. 무슨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기본 5년, 10년 이상을 꾸준히 하는 ‘끈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관이나 조직 문화, 분위기가 직원들에게도 퍼지면서 맥키스컴퍼니는 조기 퇴사가 거의 없이 대부분 입사하면 정년까지 근무한다는 게 기업 CEO로써는 가장 큰 자랑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꾸준히 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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