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상 충남소방본부장

아쉽기만 한 지난해를 배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3년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가족끼리 모이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눈치가 보일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아직 유행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19 확산세도 서서히 꺾이고 있음을 느낀다. 이번 설에는 코로나에 막혀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그리운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향을 찾는 발걸음이 더욱 많아질 듯하다.

최근 3년간 설 연휴 기간 충남에서는 86건의 화재로 2명이 다치고, 8억 569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7.4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인데 이중 28건(33%)이 주거시설 화재였다. 화재는 예방이 가장 좋겠으나, 일단 불이 번지기 시작했다면 초기에 진압하거나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주택에는 소화기와 화재경보기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소화기는 초기 화재 진압에 가장 유용한 소방기구이며, 화재경보기는 불이 나면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울려 신속한 대피를 돕는다. 배터리 수명이 10년이어서 한 번 설치하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Life is Choice between Birth and Death)’,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남긴 명언이다. 인생은 삶과 죽음 사이의 끊임없는 선택이라는 비유지만, 항상 생사의 현장을 누비는 소방관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수사여구로 들리지 않는다. 인명피해가 큰 화재가 발생한 경우 "현장에 소화기 한 개만 있었더라면", "모두가 잠든 한 밤 중이지만 누군가 화재 사실을 알아챘다면"하는 안타까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선택이 좌우할 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는 너무도 가깝다.

주택화재 저감을 위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를 꾸준히 보급한 결과 화재취약계층의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74.8%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도 소화기와 화재경보기가 없는 고령의 어르신은 여전히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번 설에는 혹시나 모를 화재로부터 가족의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한 번의 안전한 선택을 권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1만 4000명의 충남소방 가족이 B(삶)와 D(죽음) 사이에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킬 것도 약속드린다. 어느 때보다 가족과 함께 더욱 따뜻한 설 명절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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