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자 청주시 산남동 동장직무대리

기록물 중에는 ‘82년도 고교입학전형선발고사지역학교 추첨배정당첨표’가 있다. 입학할 학교의 번호가 적혀있는 알이 들어 있는 물레를 직접 오른쪽으로 두 번 왼쪽으로 한번 돌려 튀어나온 알의 번호는 5번이었고 그 자리에서 당첨번호를 찍어 주었던 당첨표다. 5번은 청주여자고등학교였고 입학을 했다.

그때는 고교입학전형선발고사를 치르고 합격자를 대상으로 직접 물레를 돌려 추첨번호를 받아 그 번호에 해당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뺑뺑이 세대라고 했다. 선발고사를 치르고 고등학교를 입학하던 선배들과 달리 1979년 입학생부터 적용된 고교평준화 정책에 따라 고교입학전형 선발고사를 치르고 물레를 돌려 학교를 배정받아 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다. 청주여고는 선발고사시절 최고의 여고로 입학 후에 우리 세대를 ‘뺑뺑이 세대’, 그 이전 선배들은 ‘선발 세대’라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졸업한 선배들로부터 은근한 차별을 받았다.

남편은 실제 뺑뺑이 1세대로 청주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2~3학년 선발세대의 선배들과 한 교정에서 배우다 보니 선생님들의 직접적인 차별과 비교 대상으로 엄청난 훈육 속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이젠 차별에 대한 기억은 없어지고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친구들과 함께 시내 어느 학교 강당에 모여 학교번호가 적힌 알이 넣어져 있는 물레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며 긴장했었던 생각이 난다. 제발 좋은 번호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사실 번호가 나와도 그때 어느 번호가 어느 학교인지는 당시 알지도 못했지만 행운의 번호가 내 것이길 간절히 바랐다.

지금은 우선 내가 가고 싶은 학교를 선택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추첨·배정받아도 불합리한 면이 있어 아들이 고등학교 배정을 받을 때 다른 학부형들로부터 불만의 소리를 들은 적 있다. 그러니 물레에 학교를 배정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황당한 추첨 방식이지만 공정성을 위한 나름의 한 방법이었다.

당시 청주시 전체를 단일학군으로 추첨해 나는 금천동에서 율량동까지 만원 버스를 타고 가야만 하는 학교를 배정받아 엄청 속상해했었다. 시내버스 안내양 언니의 “제발 더 들어가, 문 앞에 서 있지 말고”하는 고함과 함께 내 등을 밀어대는 언니의 손길이 느껴진다.

물레에 가야 할 학교를 맡겨야 했던, 청주시내 끝에서 끝으로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학교를 다녀야 했어도 재미있고 즐거움만 남은 추억이 되었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 점점 그리워진다. 나도 나이를 먹는 가보다. 어느새 아들을 보며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라떼는 말야”하는 내 입을 막으며 눈치를 보는 세대가 되었다.

정신 바짝 차리자, 젊은 세대와 같이 공유하고 배려할 수 없다면 나도 퇴물이 되는 것이다. 추억을 말하되 그들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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