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회화 교수

어쩌면 오늘은 만나지 못했던 어제의 시간인지 모르겠다.

오늘이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아도 어제는 지난해이고 오늘은 새로운 해다. 어제는 아버지 생신 기념으로 4남매가 모여 식사를 했다.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이내 토를 하시는 모습에 인생사 새옹지마를 느낀다.

나 또한 젊은 나이가 아니고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고요가 어느 종교보다 더 깊다는 걸 아는 아들에게 내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강건한 아버지 모습은 아니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 새해는 나도 아슬하게 나를 볼 때가 있다.

새해는 하루 또 하루 가지런해야겠다. 세상이 어지럽지만 나 또한 정연하지 못했구나.

새해에는 하루 또 하루 멀리 내다봐야겠다.

세상이 숨 가쁘지만 나 또한 호흡이 짧았구나.

새해에는 하루 또 하루 기품이 있어야겠다.

그리하여 새해에는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온전히 집중해야겠다.

하루하루 반복에 의미를 더해가고 내가 해오던 일들을 새롭게 빛내야겠다.

박노해 시처럼 시간은 누구에게나 진행형이고 나의 새해다짐도 같다.

자연이 주는 고요가 내 아버지를 생각하게 하고 내가 살아갈 새해도 생각해주니 고요한 지금이 너무나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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