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기 서산시의원

대한민국 국회의 권한은 크게 입법에 관한 권한, 재정에 관한 권한, 국정에 관한 권한으로 분류한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조항과 ‘조세의 부과는 반드시 법률에 의거해야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조문, 국무총리·국무위원 해임건의권 등은 국정에 관해 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국회의 광범위한 권한 등을 보장한다.

앞서 말한 권한 중 매년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재정권(예산안 심의·의결권)을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입법의 효과는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되며, 처음 의도와 다른 부정적인 효과가 부각될 수도 있고 국정감사·조사권 등은 국회의 일상적인 업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은 다르다.

국민 세금을 어디에 얼마만큼 쓰는지 단순한 숫자 총합으로만 볼게 아니다. 정부의 정책 의지, 글로벌 복합경제위기에 대처하고, 어려운 민생경제를 살피며,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돌보겠다는 결의가 담긴 사회적 합의문이다.

그래서 예산안을 심의하고 의결한 결과를 보면 국회의 의지를 한 번에 알 수 있다.

단순히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선심성인지 아니면 미래지향적인 투자인지, 전체 국민의 복리를 위한 것인지 지역구 혹은 진영만을 위한 것인지 알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예산처리를 우리 헌법에는 회계 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국회가 의결해야 한다고 못 박아 놨다.

하지만 2023년 예산안 처리는 지난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하지 못했다. ‘국회법’에 따라 여·야 합의를 전제로 지난달 9일 정기국회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돼 있지만 그 조차도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이는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즉, 국정운영에 책임져야 할 국회가 서로 다른 정치적 득실을 따지면서 예산안 처리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한과 책임을 성실히 지켜 나가는 것을 중요시 생각한다.

국회의원 개개인 모두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표를 의식한 정치·지역적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하는 권한과 책임을 기본으로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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