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윤 남대전농협 지도경제팀장

연말이면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각종 모임과 행사가 늘어나는 시기이다. 이런 자리에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술이다. 우리 사회에서 음주는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그래서인지 회사에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매일 술을 마시는 직원이 있으면 "사회생활 잘 하네, 인성이 좋아"라고 말한다. 반대로 술을 안 마시는 직원에게는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라고 면박을 준다.

다른 약물은 그걸 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끊는 사람을 보통 건강한 사람이라 하는데 유독 술만큼은 끊은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고 그걸 하는 사람들이 정상으로 보인다.

술이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고 폐해가 큰 것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못 마신다 안 마신다 그러면 변명을 해야 한다. 전날 너무 많이 마셨다던가 한약을 먹고 있어 술을 못 먹는다는 핑계를 대야 한다.

음주가 마치 융합의 척도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는 유독 술에 대해 관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술 마시고 실수하면 평소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냐며 용서가 된다. 또, 쌓인 것 있으면 술 한잔 마시고 풀면 된다는 식이다.

한때 소주를 박스째 가져다 마시는 주점, "어제는 얼마나 달렸어? 1,2,3차…" 술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무용담을 자랑하던 때가 있었다.

TV프로그램에도 음주 장면이 수시로 나오고 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비싼 와인을 마시는 것은 마치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특권처럼 묘사된다. 속상한 일을 당하고 힘든 일이 있으면 깡소주를 마시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 버렸다.

이러한 술에 대한 시선은 달라질 필요가 있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술자리가 줄고 음주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전만큼 많이 모이지 않고 또 술자리가 길어지지 않는 분위기이다. 1차, 2차, 3차를 달리던 술자리가 1차 간단한 음주 후 차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기에 최근 MZ 세대들이 술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도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많이, 빨리 마시는 걸 자랑하던 폭음 문화에서 취향에 맞는 다양한 술을 음미하는 미식으로, 남성 중심의 음주에서 남녀 모두의 음주로, 또 여럿이 어울리던 사회적 음주에서 혼자 마시는 고독한 음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연말연시 어쩔 수 없이 술자리가 많아지는 시기이다. 술 마시고 실수하는 것에 관대한 대한민국에서 나만큼은 술에 엄격해지는 사람 되어 우리의 음주문화를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