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12월이 되면 매년 빠짐없이 하는 일이 있다. 지역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연탄나눔 봉사활동과 김장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이웃 중에는 따뜻한 겨울을 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겨울은 대설과 한파로 강추위가 지속되다 보니 이웃에 대한 염려도 커져간다. 이렇게 겨울의 추위가 혹독할수록 주변의 소외된 이웃과 취약계층의 겨울나기 걱정도 깊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뜻밖에 따뜻한 소식을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최근 광주에서 진행된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희망플러스 소원성취 프로젝트’에서 12살 어린이가 할머니에게 패딩을 사드리고 싶다고 소원 신청서를 적어 산타(서구청)에 보낸 것이다. 이에 구청에서 할머니와 어린이에게 패딩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하게 되었다는 사연이다. 이 어린이의 사연은 강추위로 얼어붙은 한반도를 훈훈하게 녹여주는 듯하다.

대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는 올겨울보다 더 혹독하고 각박한 세상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각종 감염병 확산, 그리고 국가 이기주의로 인한 전쟁과 폭력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의 발전은 기계의 인간화를 가속화 할 것이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의 주역들이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 연구소에서는 인간의 창작까지 가능한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 속에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미래 역량은 무엇일까?

패딩 사연의 어린이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효라고 부를 수도 있겠고 배려나 책임이라고도 하겠다. 구청의 세심한 손길은 소통과 공감, 책임이 아니겠는가! 이것은 모두 인성역량과 맞닿아 있다. 인성교육진흥법 제2조에 따르면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되는 핵심적인 가치 또는 덕목은 인성교육의 목표이다. 또한 이 핵심가치를 실천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소통하는 의사소통능력이나 갈등해결능력 등이 통합된 능력을 인성역량이라고 한다. 이러한 인성교육의 정의와 핵심가치 및 인성역량은 민주시민교육의 목적이추구하는 역량과도 실제로 부합한다.

충남교육청이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충남의 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충남인성교육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인식되는 인성 덕목 중 대부분의 집단에서 배려, 예절, 존중에 집중되어 응답하였고, 고등학생은 책임, 용기, 존중 순으로 응답하였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미래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핵심가치를 학교와 사회 속에서 인지하고 있다. 이 실태분석을 반영하여 충남인성교육도 기본적인 예의를 바탕으로 하되 배려, 존중, 협력을 중점 가치·덕목으로 정하고, 자기관리역량과 협력적 소통 역량을 키우는 인성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문·예·체 교육과 생태환경교육, 생명존중 교육, 미디어 문해력 교육 등 학생들의 요구와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주제 안에서 실천 중심의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미래는 우리에게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미래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오늘의 교육을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이 따뜻한 감성과 사람다운 인성을 갖춘 어른이 되게 해야 한다. 이에 교육청과 학교, 지역사회의 모든 교육공동체가 참 어른이 되어야 한다.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모범을 보인다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방법 정도가 아니라,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작은 나눔의 실천, 공동체를 위한 작은 봉사와 같은 선한 영향력은 아이들의 인성역량을 쑥쑥 자라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성은 사람됨의 그릇이고 교육은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 온전한 그릇만이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담아낼 수 있고, 지식과 지혜도 바른 인성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 자신의 미래를 밝히고 사회와 국가를 위해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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