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현 사단법인 대전민예총 이사장

아무리 즐거운 축제가 대전에서 열린다 해도 거리가 먼 이들에겐 대전 축제가 타지 축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재밌는 도시는 어쩌면 재밌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친구에게 퇴근 후 같이 달밤소풍 축제 가자고 연락했을 때가 생각난다. "거기까지 가면 다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어!" 달밤소풍이 많은 이에게 즐거움을 주듯 도심 속 다양한 문화가 피어날 수 있도록 대전시에서 다른 공간을 잘 가꿔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한빛탑 광장을 나왔다. 위 글은 지난해 ‘월간토마토’ 8월호에 실린 내용의 일부다.

이제는 축제의 목적과 방향은 일부 유명 연예인을 초청해 대형이벤트성, 소비지향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마을마다 수시로 할 수 있는 작은 축제가 돼야 한다. 아울러 마을마다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어떻게 같이 할 것인지, 다양한 가치 기준들을 소통하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의 축제는 사회구성원을 통합하는 제의적 성격이 강했던 것에 비해, 오늘날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경제적 효과까지 보려는 복합적 의미를 가진다. 이런 의미에서 마을 축제는 그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주체가 돼 화합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문화예술행위이다. 이러한 축제 프로그램은 지역민의 삶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로서 지역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축제 개최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는 예산계획과 실제 집행의 괴리, 기획과 준비 인력 내부의 역량과 소통 문제, 전통과 공동체의 갈등, 젠트리피케이션, 안전상 문제 등이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들도 많다.

축제로 인해 주민들 참여와 호응이 높아지고 공통의 관심사가 생겨 소통이나 교류가 활발해진다. 세대 내,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의 관계망 형성에도 기여한다. 이웃을 알게 됨으로써 서로 간 이해도가 높아진다. 원주민과 유입 주민 사이의 소통의 매개 역할도 한다. 경제적 수익 모델을 발굴되기도 하나 공동체의 유대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머물고 싶은 마을이란 어떤 곳이어야 할까? 코로나 시대 이후 라이프스타일은 물질주의에서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로 바뀌고 있다. 살고 싶은 곳도 일, 주거, 놀이가 가능한 생활권으로 변했다. 마을축제는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 등 공동체의식을 높이고 서로의 이해, 나눔, 배려, 다양성 등의 가치를 나누며 마을 주체로 성장하는데 기여한다.

축제를 만드는데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바람직한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누구에게나 개방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반드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축제 평가지표를 방문객 유치 등 수치적 효과를 중심으로 하면 동원식의 수동적 행사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지역 역사성이나 향토성을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축제여야 한다. 마을을 자세히 탐색한 후, 마을 전설이나 문화유산을 잘 살려 주민 스스로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고민하고 다함께 같이하는 마을 잔치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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