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회화 교수

이영우 교수
이영우 교수

시간이 또 이토록 나를 잔인하게 해부한다. 2022년도 마지막을 향해 덧없이 지나고 있다.

인생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했던가. 한 시간, 아니 일 분 후에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공간에서 살면서도 우린 너무나 태연하게 살고 있다. 어쩌면 모르니까 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껏 살아온 것도 기적 같은 일이며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기적을 경험할지 모르는 일이다. 철학의 본질이 "나는 누구인가"에서 출발해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로, 답을 구하지도 못하고 의문에 갖혀 사는 게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나의 시간은 마치 내가 알지 못했던 4차원의 세계로 빠져든 것 같다. 새로운 공간에 대한 생각들에 빠져 있다. 어디로 가기 위한 또 다른 출발일까? 생각한다고 꼭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나는 지금도 꿈꾼다.

화가가 생각하는 4차원 세계는 캔버스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준 현대미술 공간주의처럼, 틀을 깨어야 한다는 창조의 마음이 내게도 있으니까 말이다.

▲ 삽화. 이영우 교수 제공
▲ 삽화. 이영우 교수 제공

세상에서 살짝 소외된 시골에 진정한 휴식이 있다는 것 쯤은 즐겁게 받아들이며 사는 것은 진리가 되어 나를 지배한다. 고독하지 않으면 자유로움마저 없다. 자유로움이 본질이 돼야 하는 일을 누리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알게 되었으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한 번씩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서다. 살아온 세월이 내 가슴에 묻어야 하는 아픔이기에, 새삼 미안한 마음에 그리워지는 어머니 생각에 눈가에는 눈물이 고인다. 얼마 안가서 나도 나의 어머니가 가신 길을 가고 나의 아이들은 또 내 마음 같이 세상을 살겠지만 잠시 머물렀던 이곳에서의 여행이 즐거운 며칠처럼 떠올려질 것이다. 세월은 가도 사람의 흔적은 남는다. 그 힘을 믿기에 나는 아직도 시공간을 꿈꾸며 화가만의 4차원 세계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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