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마음속에 새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일요일 미사 중에 신부님이 "우리의 눈으로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하며 다소 뜻밖의 질문을 했다. 우리는 눈앞의 현상만을 보는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다 보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라며 우리가 이렇게 안전하게 지내는 것은 누군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봐주고 있기 때문이고 서로 존중하고 감사해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매슬로우 박사는 인간의 욕구체계 중 생존과 안전은 하위 단계의 욕구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전제적인 욕구로 보았다. 우리는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잊고 살아가기 때문에 안전을 위한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노력에 의한 문화로 정착돼야 더욱 안전해 질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발생한 10·29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학생들에게 항공 안전을 가르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과 의무감을 느낀다.

2001년 3월 29일 전날 밤, 필자는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항공기 조업 장비를 이전하느라 동분서주했다. 개항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김포공항의 조업장비를 인천공항으로 이동해 첫 항공기의 비행을 지원하는 일은 번복할 수도 없고 전례도 없어 심적 압박과 일의 난이도가 높았다. 단순한 장비의 이동이 아니라 김포공항 장비의 기능을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세부 계획을 수립했다. 장비의 기능을 차질없이 이전하려면 우선 장거리 이동에 따른 안전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잠재된 위험의 도출과 대책 수립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소모했다. 공항에서 사용되는 특수 중량장비 등을 운송 차량에 탑재하고 운행하는 생소한 작업의 안전을 위해 수차례 모의훈련을 통해 문제점을 찾고 대책을 검토했다. 특히 차량 이동 시 속도, 방향, 위치변화 지점을 확인해 직원 배치와 행동 요령 등을 사전에 반복 훈련했고 운송 차량의 그룹 이동, 안전요원의 추가 탑승 등 여러 안전조치 들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된다. 결국 공항 이전은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잘 마무리됐고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이 때 알게 된 것은 안전은 상상력이라는 점이다. 눈에 보이는 위험은 대비할 수 있겠지만 잠재 위험은 상상해 찾아내고 실제로 확인해 대책을 세우고 공유해야 하기에 복잡하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상상한 잠재위험 외에도 상상치 못한 위험에도 대비하려면 끊임없이 상상해야 한다.

끝으로, 최근 항공수요가 회복돼 내년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많은 여행객들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반가운 소식이다. 단지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되는 공항의 혼잡현상을 프로세스 지체와 여객 서비스 저하 문제로만 보아서는 혼잡에 내포된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있다. 다른 공공장소에서도 편리하지만 위험한 경우와 불편하지만 안전한 경우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편리한 서비스는 안전이 바탕이 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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