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취재2팀 정치사회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아이스킬로스의 소위 고통을 통한 배움이란 고통 뒤에는 깨달음이 있다는 뜻이지만 고통 없이는 무엇도 진정으로 배울 수 없다는 뜻도 된다. 타인의 슬픔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같은 경험과 같은 고통만이 같은 슬픔에 이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 씨는 자신의 저서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타인의 슬픔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신 씨의 말처럼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가끔 타인에게 평생 큰 고통을 줄 수 있는 일을 서슴지 않고 벌인다. 음주운전이 대표적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11만 5882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4.8%는 과거에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고도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경우였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만 206명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7일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별이 된 은경(가명) 씨도 숨진 206명 중 1명이었다.

어머니 임지안(가명) 씨는 여전히 딸을 잃었던 그날의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딸이 하늘나라로 간 지 1년이 지났지만 임 씨는 여전히 매주 딸의 묘소에 가고 있다. 첫 기일 전까지만 해도 이틀이 멀다하고 딸을 만나러 갔지만 "이제 아이를 보내줘야 한다"는 주위의 만류로 간신히 발걸음을 줄였다.

임 씨는 "자식을 허망하게 보내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자녀들을 잃었던 부모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가 직접 멍이 들어보니 가슴이 멍든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가해자는 징역형을 살고 나오면 끝이지만 우리 가족은 딸을 잃은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임 씨의 말처럼 음주운전은 한 가정의 삶을 언제든지 파괴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다.

현재 임 씨가 겪고 있는 고통을 누구나 절감할 수 있다면 음주운전은 근절되겠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매년 십수만명에 달하는 음주운전 단속 통계가 이를 반증한다.

인간의 본능에 맡겨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면 제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알코올 수치에 따라 차량에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의무 설치해야 한다. 음주운전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줄어들 수 있게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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