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대전 서구 도서관운영과장

"도서관은 진정한 미덕으로 가득한 고대 현인(賢人)들의 모든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신전이다." 근대 계몽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처럼 도서관은 인류의 소중한 지식을 보관하는 일종의 신전이다. 동시에 역사적으로 도서관은 단순한 책의 저장소가 아니라 당대의 현인들이 모여 토론하고 연구하는 학문의 전당이었다. 이제는 시민들의 쉼터이자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 서구에는 갈마·가수원·둔산·월평과 어린이 도서관 등 5개의 공공도서관과 관저마루·지치울·만년뜰·탄방길 등 4개의 공립 작은도서관이 있다. 여기에 비치된 장서는 10월 말 기준 69만 5,363권. 서구민 1인당 1.47권이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1인당 평균 장서 수는 전국 평균(2021년 기준 2.34권)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구민들의 이용률은 높다. 월평과 둔산도서관의 경우 대전 공공도서관 가운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월평도서관 이용자 수는 대전 도서관 중 단연 1위다.

서구 도서관은 지역 주민과 함께 성장해왔다. 올해엔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용문역에 무인 스마트도서관을 열었다. 또한, 관내 16개 서점과 협약을 맺고 ‘희망도서 동네서점 바로대출시스템’을 구축, 동네서점에서 희망도서를 신청해 쉽고 빠르게 대출과 반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힐링 북 축제’도 갈수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시민이 즐기는 지역의 대표적인 북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2023년 서구 도서관의 운영 방침은 ‘지식과 문화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이다. 갈마도서관 자료실에 있는 1만 4,352권의 영어책을 활용, AI(인공지능) 기반의 영어 활용 독서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의 영어 독서 격차 해소를 돕는다. ‘도전 독서 골든벨 & 북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며, 도안동 행복복지센터 내 유휴공간에는 생활 속 독서공간 및 스마트 도서관도 조성된다. 또 공립 작은도서관이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이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며, 사립 작은도서관에는 프로그램 강사를 파견하는 등 역량 강화를 도울 방침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마을 도서관이었다." 독서광으로도 유명한 빌 게이츠의 말이다. 도서관은 힘든 일을 잊게 하는 행복충전소였으며, 그곳에서 만난 책은 MS사 창업자로 성장시킨 가장 큰 무기였다. 서구 도서관도 이용자들이 훗날 "나를 만든 것은 서구의 도서관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도록 건강한 ‘행복충전소’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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