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 충북대 위기관리연구소장
158명 사망한 ‘이태원 참사’ 원인
안전에 대한 가치·철학의 부재꼽아
제도 구성 정치권 총체적 책임있어
세월호 이후 예산·인력 등 증가불구
재난관리시스템은 오히려 퇴보결과
실질적·내용적 면에서 전문성 결여
지방자치단체 제1역할은 시민 보호
거버넌스형 관리체제 도입 등 필요
재난회복 탄력·지속 가능성 높여야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2014년 7월 14일 인천을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세월호에는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76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304명이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안전과 재난에 관한 대대적인 시스템 개선 작업이 이뤄졌다. 우리는 보다 ‘안전한 사회’에서 사는 듯 했다. 하지만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우리는 158명의 목숨을 보내야 했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충청투데이는 위기관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인 이재은 충북대 위기관리연구소장으로부터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우리나라의 재난·위기 관리 시스템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위기관리 연구자의 입장에서 본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첫째, 안전에 대한 가치나 철학이 정립되지 않았다. 비단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안전에 대한 가치 철학이 부재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누구나 위험을 느꼈을 것이다. 비단 이태원 현장 뿐만이 아니다. 서울 출장을 가면 출근 시간에 서울지하철 1호선을 타게 된다. 너무나 많은 사람 사이에 끼어 타는데 불안하다. 그래도 서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용한다. 안전에 대해 불감증이 생긴 것이다. 자신의 안전에 대해서, 또 타인의 안전에 대해서 갖춰야 될 가치와 철학이 있다. 커뮤니티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이 나와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전제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 인간의 행태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정치권의 총체적 책임이다. 국가가 문제다. 대통령이 문제다라고 하지만 정치권 공동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제도라는 것은 사람들이 한쪽으로 움직일 수 있게 끔 유도한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향타 역할이다. 제도가 없으니 국민들이 내가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모른다. 이태원 참사는 특정 정권이 아닌 정치권 전반의 문제다. 제도를 구성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우리 모두의 잘못이란점도 공감되는 부분이다. 타인의 안전에 대해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안전에 대한 가치와 철학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 만드는 것이다.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살아야 하고, 건강해야 한다. 그게 안전의 가치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재난관리, 위기관리의 궁극적 목적이다."

-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시스템은 성장했나.

"예산과 인력은 늘었지만 퇴보했다. 다섯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가치와 철학이 제대로 정착이 됐냐이다. 둘째는 제도다. 가치와 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가다. 세번째는 그것을 따라갈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는가다. 그 리더십을 따라 국민의 안전, 공동체 안전을 위해 헌신할 인력이 갖춰져 있는냐가 넷째다. 다섯번째가 전문성이 있는가다. 법제도나 시스템은 강원도 산불 당시 전국 소방력의 50%를 동원할 수 있었던 것 만큼 정비되긴 했다. 하지만 이 다섯가지 기준으로 봤을 때 퇴보라고 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가치나 철학의 정립이 안 됐다. 정치권에서 제도를 만들지 않았다. 올해만 봐도 기후위기나 탄소중립 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거기에 맞는 제도가 제대로 만들어 지지 않았다. 태풍 힌남노가 왔을 때 큰 태풍이 온다고 대피했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던 것이다. 이런 슈퍼태풍 등 기상이변이 반복될 것이다. SPC 산업재해도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얼마전 정리해보니 올해 국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재난, 사고 위기만해도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기후위기, 태풍, 지진, 서울도심집중호우, 산불 등 18건이었다. 우리 모두가 위기에 둔감해졌다. 지나가면 잊어버린다. 청주에 큰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도 이미 잊혀지고 있다. 분명 안전분야 예산이나 조직은 늘었는데 전문성이 결여됐다. 일반 시민이나 공무원이 비슷한 수준이다. 형식적 시스템은 만들어졌는데 실질적·내용적 면에서 전문성이 결여됐다."

-재난관리시스템이 성장했는데도 대형 참사가 벌어진 이유는.

"형식적 시스템은 성장을 했는데.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 재난을 예방할 수는 없다. 결국 공동체가 맡아야 하는데 그 1차적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도와주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제1 역할은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도 1차적 책임은 용산구청이 져야 한다. 용산구청에서 전문성이 확보 돼 있었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서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1급 또는 2급의 재난안전실장 직제를 만들었다. 애초 계획은 재난전문가를 정부에서 보내는 것이었다. 충북도를 봐도 재난안전실장은 도 행정직 공무원이 돌려막기로 하고 있지 않나. 시스템은 만들어졌는데 운영이 잘 못 된 것이다."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정비해야 할 부분은

"주민들 스스로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사업을 만들어줘야 한다. 주민 스스로 자신이 사는 마을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거버넌스형 재난관리체제를 도입하는게 필요하다. 오늘날에는 여러 트렌드를 갖고 있다. 재난을 당했을 때 단순복구가 아니라 재난을 극복하고 재난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재난회복탄력성을 길러주는 것이 첫번째다. 유엔에서부터 전 세계가 가고 있는 방향이다. 올해 12월 12일부터 열리는 국제위기관리학술대회의 주제가 지역사회공동체의 재난회복탄력성을 높이자다. 또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기후위기는 거대한 흐름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거버넌스형 재난관리체제가 필요하다. 이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보면 참사 이후 전 국민적인 트라우마 재난심리치료가 필요하다. 제도적 개선 이런 부분들도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 공동체 안전 확보하려는 집단적 유인시스템 나와야 한다. 기재부에서 태스크포스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예방 노력에 상관없이 국비가 내려왔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예방대비 투자 비율과 국비의 연동성을 만들려고 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해밀턴 호텔 인근 주민들이 안전 거버넌스에 대한 노력이 있었으면 이런 참사 없었을 것이다."

-참사를 겪은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은.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를 잘 뽑아야 된다. 지방정부의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주민의 안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단체장이 된다면 사고가 계속 반복될 것이다. 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를 제대로 뽑아야 한다. 결국은 거버넌스 체제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이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율적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거버넌스의 문제점은.

"보통 재난 및 안전관리를 위한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행정시스템을 생각한다. 행정시스템에 더해 민간 시스템이 중요하다. 그리고 기업시스템이 중요하다. 삼자가 어우러져 나가는걸 거버넌스라고 한다. 정부, 시민, 기업의 거버넌스 체계 중에서 그나마 정부는 운영되지만 내실있게 운영되진 않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안전관리매뉴얼을 만들지만 보통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것을 베끼거나 상급단체의 매뉴얼을 이름만 바꿔 재탕한다. 이론상 매뉴얼은 있지만 현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으니 실제로는 실행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도 산업재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음에도 계속 사고가 나는 이유다. 싱가폴의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 대표가 직접 재발방지방안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특별한 처벌은 아니지만 대표가 직원들 앞에서 직접 발표하기 때문에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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