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연·취재2팀 정치사회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어렸을 적 부모님 손을 잡고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사람들이 즐비한 중앙로 지하상가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부모님 손을 놓치면 금세 미아가 될 것 같은 두려움과 함께 마치 이곳에 온 세상 사람들이 전부 모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후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기자가 되어 중앙로 지하상가를 다시 찾았다.

오랜만에 방문한 지하상가는 예전의 북새통은 찾아볼 수 없는 ‘죽은 상권’이 되어 있었다.

대부분 상점들은 셔터를 내린 상태였고, 그나마 문을 연 가게들은 손님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시대 변화에 따른 상권 이동의 영향도 있겠지만 ‘코로나’ 라는 역풍이 지하상가 상권에 치명적으로 작용한 모습이었다.

다행히 지난 2년여 간 지속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현재는 지하상가에도 유동인구가 제법 생겨난 상태.

그러나 지하상가 상권이 예전의 활력을 잃어가는 동안 지역에는 넓고 깨끗한 최신식 쇼핑시설들이 많이 생겨났다. 이러한 최신식 쇼핑몰들의 입지확장으로 지하상가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져가던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민선 8기 대전의 지방정부가 중앙로 지하상가의 부흥을 위해 정부 ‘상권 활성화 공모사업’에 도전했다는 것. 해당 공모에 선정될 경우, 관할 자치구는 중앙로 지하상가에 대해 약 5년 간 120억 원이 투입되는 대대적 상권 개선사업을 실시하게 된다.

구는 정부에 지하상가 내 대형 빈점포에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체험이 가능한 ‘XR스테이지’를 조성한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로봇이 조리하고 운영하는 ‘디지털키친’·‘로봇카페’, 밀키트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 자판기’도 구가 세운 사업계획의 일부이다.

공모에 선정된다면 이 같은 디지털 콘텐츠 강화사업을 통해 엄청난 방문객 유입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짐작된다.

11월 말 또는 12월 초 결과가 공개되는 이번 공모사업은 지자체만큼이나 상인·주민들의 선정 의지도 강하다고 들었다.

시골 꼬마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던 중앙로 지하상가가 다시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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