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교육감

며칠 전 장애인식개선 축제에 참여하게 되어 천안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성큼 다가온 가을이 길가 은행나무는 노랗게 산은 울긋불긋하게 물들였다.

요즘 행사장에서 만나는 아이들 한껏 부푼 얼굴이 떠오른다. 코로나 속에서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부모를 비롯한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모든 아이들의 보호자를 자처했다. 축제에 도착하니 장애와 비장애 학생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는데 울긋불긋 산을 물들인 단풍처럼 모든 아이들이 무지갯빛으로 빛났다.

11월 4일은 점자의 날이자 시각장애인의 날이다. 특히 올해는 제96돌 한글 점자의 날을 맞아 충청남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식개선 ‘평평평’ 축제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평평평’은 ‘평범하고 평범하며 평범하다’란 의미인데 ‘평범하다’라는 것은 ‘뛰어나거나 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축제 이름을 ‘평평평’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만 15세 대상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2000년부터 2018년까지 OECD 79개 회원국의 읽기 능력 하위수준 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하위수준 학생 비율이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2021년 9월 교육부에서 실시한 고2 대상 국어 과목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2017년 75.1%에서 2021년 64.3% 감소했다고 한다.

왜 읽기 능력이 감소했을까? 스마트폰의 상용화와 IT의 발달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주었고, 학생들의 읽기 능력 수준을 떨어뜨리게 만든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스마트폰 보유율 1위 국가로서 유아부터 전 생애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는 이미 우리 삶 속 깊숙이 스며들었다. 카드 뉴스나 단문 기사 등 이미지 중심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유튜브 등 영상 시청으로 정보 수용 방식이 변화되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쏟아지는 많은 정보의 양을 소비하려면 선택적 읽기나 훑어보는 등 짧고 단순한 문장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이러한 악순환은 문해력 저하로 이어져 교과 학습의 원활한 수행을 어렵게 하여 학습 결손을 유발할 것이 자명하다.

또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사전통계 중 한국어의 원어 구성 비율을 보면 고유어 21%, 한자어 53%, 혼종어 20%, 외래어 6%로 순우리말에 비해 한자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메뉴판(menu板 )과 같은 혼종어가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글은 배우기 쉽고 과학적이며 그 독창성과 우수성은 세계적이지만 한국어 구성의 절반 이상은 배우기 어려운 한자어이거나 혼종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읽고는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문해력 교육이 중요하다. 문해력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미래 세대의 기초기본 역량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전환기에서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해력은 모든 학습의 기본 능력이며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지혜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이에 다독, 정독을 통해 독서를 생활화하고 모든 교과에서 어휘력 학습을 기반으로 한 독서와 토론을 병행하는 수업을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어려운 한자어를 우리 말로 순화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점자의 날 기념 축제 주제가 ‘평평평’인 이유를 알겠는가! 혹자는 ‘장애는 평범한 것이다’를 강조하여 장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한다거나 장애와 비장애의 편견이 없는 통합 사회에 대한 열망에 대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평평평’은 소통하는 세상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갖춰야 할 기본교양이다.

그렇다면 문해력도 평평평!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