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회장

요즘 부산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부산에서 내년 총선 때 민주당 국회의원이 몇몇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부산을 변화시킨 것은 노무현 대통령 정부 출범 후 부산 사람이 요직에 많이 진출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요즘 광주를 비롯, 호남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간판만 걸면 의원직을 '싹쓸이'하는 전통적 민주당 기반이던 호남,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경선에서 승기를 잡아 준 광주.

그런데 이곳 민심이 흔들린다고 보도되고 있다.

호남 민심이 이렇게 뒤숭숭해진 것은 인사의 상대적 소외감과 DJ와 특검관계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애향심에는 정치적 의미를 떠나 순수한 의미에서 우리 충청도도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얼마 전에는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로 대구 민심이 나쁘다고 하여 정부가 현지에서 대책회의를 하는 등 민심 다독거리기에 나섰었다. 이처럼 영·호남의 날씨는 흐렸다 개었다 하는데 충청도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장·차관 1명도 없는 대전이지만 광주처럼 뒤숭숭하지도 않고 부산처럼 변화도 없다.

행정수도가 온다는 그 꿈 때문일까? 그러나 대전에도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번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대전 시티즌과 수원 삼성의 프로축구경기에는 마치 지난해 월드컵 때를 연상케 하는 3만명 이상의 관중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다행히 이 같은 열기는 점점 더해지고 있다.

뜨거운 것을 모르는 미적지근한 대전에 열기가 오른다니…. 특히, 정규리그에서 매년 꼴찌만 하던 대전 시티즌 축구팀이 단독 2위를 달리고 있고, 염홍철 시장 자신이 응원복을 입고 관중석에 앉아 서포터스들과 함성을 지르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다. 그러나 대전에는 운동장 전체를 뜨겁게 달굴 만한 마땅한 응원가가 없다.

부산 운동장에 가 보자

"파도치는 부둣가에 지나간 날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이처럼 관중들 모두 목청 높여 '부산 갈매기'를 노래하다 보면 누구나 '부산시민'이 되어 뜨거운 공감대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노래, 특히 합창의 마력이다. 광주에 가도 '목포의 눈물'등을 응원가에 맞게 편곡해 힘차게 부른다. 서울에도 패티킴이 부른 '서울 찬가'가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대전에는 이런 노래가 없다. 노래가 없으니 마땅한 응원가도 없다. 그때그때, 경기의 흐름을 봐 가며 "와~"하고 소리 지르는 것이 전부다.

우리 대전에도 운동장이나 행사장에서 심지어 노래방에서까지 시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부를 노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지방화시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먼저 대전의 노래를 만들자. 필자는 몇 해 전에도 이것을 제안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대전시민의 애향심을 고취시켜야 한다. 지역주의와 애향심은 다르다. 애향심, 그것이 축적돼야 행정수도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부산, 광주 같은 애향심을 불러 일으킬 노래를 갖자.

예술단체에서 추진하거나 아니면 시가 공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전의 꿈과 사랑과 희망을 담은 노래를 빨리 부르고 싶다.

운동장이 뜨거운 곳이 애향심도 뜨겁다. 애향심 뜨거운 곳이 정부의 관심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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