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연 대전 서구 안전건설국장

지난여름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은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을 그린 영화이다. 개봉과 동시에 흥행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영화를 만든 김영민 감독은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영화를 찍다가 가슴속에 뭔가 올라오는 느낌이 있어서 눈시울을 붉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는 민방위대가 창설된 지 47주년이 되는 해다. 민방위대는 1975년 4월, 남베트남이 함락되면서 한반도도 공산화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탄생했다. 민방위는 평시 재난이나 적의 침공으로부터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민이 수행하는 모든 자위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즉, 민방위대의 임무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유비무환 정신의 대명사와도 같은 인물이다. 임진왜란 전 전라도수군 사령관으로 부임하면서부터 부서진 전함을 수리하고 새로 판옥선을 건조하는 등 전쟁에 대비했다. 판옥선뿐만 아니라 일본의 배에 맞서기 위해서는 거북선과 같은 특수한 전함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북선 건조를 지시했다.

병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시킬 방법은 거북선처럼 특수한 배를 결전 병기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순신 장군의 노력 덕분에 임진왜란 발발 직전 2척의 거북선을 건조해 바다에서 실전 연습까지 마칠 수 있었다.

유비무환 정신으로 전란에 대비한 이순신 장군의 피나는 노력은 수백 척의 일본 전선을 물리치고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유비무환의 정신을 이어받아 유사시 대비 태세를 굳건히 하기 위해 민방위대가 창설됐다. 평상시 주요 임무는 민방위사태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 훈련, 신고망 관리 운영과 경보체제 확립 활동 등이다. 민방위사태가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을 경우 경보전파 및 소산, 주민통제, 소화 활동, 인명구조 및 의료 활동, 파손된 중요 시설물의 응급복구 활동 등을 전개한다.

대전 서구 민방위대는 3만 1,518명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들은 매년 민방위 교육을 받는다. 특히 825명의 민방위 통대장은 집중적인 중앙교육을 받기도 한다. 또한 민방위 대피 훈련에 참여해 화재, 지진 등 상황 발생 대응력을 키우고 있다. 며칠 전 대전시 민방위대 창설 기념식이 열렸다. 영화 「한산」의 감동적인 장면과 유비무환이라는 단어가 새삼 떠올랐다. 전시와 재난에 대비하는 우리 서구 민방위대원의 든든한 역할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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