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확인없이 사진으로 대출 가능한
캐피탈사 심사 제도 허점 악용 범죄
사고車, 멀쩡한 차 둔갑… 25억 편취

당진경찰서는 지난 14일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서 대출 중개사기범 A씨를 검거 후 구속했다. 사진은 A씨가 캐피탈사로부터 대출받을 때 활용한 차량. 심각하게 훼손돼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하나, A씨는 캐피탈사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차량 실물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대출을 받았다. 충남경찰청 제공
당진경찰서는 지난 14일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서 대출 중개사기범 A씨를 검거 후 구속했다. 사진은 A씨가 캐피탈사로부터 대출받을 때 활용한 차량. 심각하게 훼손돼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하나, A씨는 캐피탈사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차량 실물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대출을 받았다. 충남경찰청 제공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코로나19로 생활난을 겪다 화물운수업에 뛰어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수십억원의 대출 사기를 벌인 대출 중개사기범이 경찰 추적 4개월 만에 검거됐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대출 중개사기 혐의로 A씨를 경남 사천 삼천포항에서 검거해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할부금융회사(이하 캐피탈사) 5개사와 대출 업무 위수탁 약정을 맺고 금융상품 판매대리 중개점을 운영하면서 차량 대출 사기를 벌였다.

A씨는 캐피탈사가 화물차 매입을 위한 대출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신청자가 아닌 중개점으로 대출금이 지급되는 것을 악용했다.

차량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피해자에게 접근해 대출 업무를 중개하고 캐피탈사에서 나온 대출금을 가로챘으며, 그 과정에서 화재, 교통사고 등을 입어 정상적인 대출이 불가능한 폐차를 활용하기도 했다. 캐피탈사와 차량 구매자를 모두 속이는 수법으로 A씨가 챙긴 금액은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약 25억 70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 6월경 잠적했다가 경찰 추적 4개월 만에 검거됐다.

특히 A씨가 노린 피해자 대부분이 코로나 확산 이후 생계난을 겪다가 운수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출금과 차량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캐피탈사의 할부금 독촉장이 날라오자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할부금을 납입한 이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당 적게는 4000만원, 많게는 1억 6000만원까지 채무를 떠안았다"면서 "화물기사를 노린 신종 대출사기를 막으려면 대출 심사부터 엄격히 해야 한다. 대출을 받으려는 개인도 차량 실물 확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파악하는 한편 금융감독원에 캐피탈사의 부실 대출 방지, 중개점 관리 등 제도 개선점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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