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다산행정문화연구소장·전 청주시 기획행정실장

이달 초 눈 수술을 했다. 최근 들어 눈이 침침하고 잘 안 보여 병원에 들렀더니 백내장에다 망막도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아 망막 수술과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면 안경을 벗는다고들 하여 크게 기대를 하였으나 필자는 워낙 고도근시라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일상생활을 할 때 안경이 필요 없는 거리에 맞춰 렌즈를 선택하고, 운전이나 운동을 할 때는 안경을 착용하기로 했다.

수술 후 안경을 벗고 일상생활을 하다 보니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듯하다.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고 보니 50년 전인 10대 시절에 유명했던 미국의 히어로 드라마가 떠오른다. 이 드라마가 시작되면 아이들이 뛰어놀던 골목길이 조용해지곤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가 있었다. 바로 ‘6백만 불의 사나이’다.

우주 비행사였던 주인공 스티브 오스틴이 불의의 사고로 왼쪽 눈과 오른팔, 두 다리를 잃었는데, 첨단 기술을 활용한 이식 수술을 받고 히어로로 거듭나게 된다. 줌과 열 감지가 가능한 눈, 자동차도 들어 올릴 수 있는 인공 팔,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는 인공 다리로 무장한 6백만 불 짜리 히러로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는 스토리다. 자매 편인 ‘소머즈(원제 :The Bionic Woman)’도 인기를 끌었다. 테니스 선수였던 소머즈가 사고로 중상을 입고 양다리, 오른팔, 오른쪽 귀에 수술을 받아 600만 달러의 사나이에 이은 생체공학 인간이 되어 특수공작원으로 활동하는 내용이다.

당시 이 드라마로 인해 초능력이 발휘되는 효과음인 ‘뚜뚜뚜뚜’ 소리와 함께 주인공 흉내를 내며 골목을 누비는 아이들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저런 수술을 받으면 멋진 영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환상을 가진 적이 있다. 물론 6백만 불이 얼마나 큰 돈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우리 형편에는 불가능한 돈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드라마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런 놀라운 기술들을 일상생활에서 찾아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보청기나 틀니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로봇 팔다리는 물론 인공신장, 인공심장 등의 장기까지 이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생체공학 기술이 발달하다 보면 인공심장, 인공관절, 인공눈 등 장기의 삽입은 물론 조만간 인간의 뇌를 인공위성이나 컴퓨터와 연결하는 시대가 도래하리라 생각한다. 6백만 불의 사나이를 뛰어넘는 슈퍼맨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청주 오송에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목적으로 2백만 평 규모의 제3 국가산업단지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곳은 주변에 첨단의학과 과학기술 연구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어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고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생체공학 클러스터의 최적지라고 생각한다.

우리 지역 오송에서 누구나 쉽게 6백만 불의 사나이가 될 수 있는 기술이 탄생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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