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섭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근로개선지도1과장

우리나라에서 파견, 도급 등 간접고용과 관련한 논란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1998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제정·시행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후 파견근로의 수요 등을 고려해 파견대상 업무 확대 등 제도를 보완했으나 근로자 파견 허가를 받은 사업체에서 파견한 근로자는 2010년도에 9만 9418명, 11년이 경과된 2021년도에 9만 7371명으로 파견근로 자체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간접고용에 관한 사회적 쟁점은 파견근로 그 자체보다 사내하도급에서 파생되고 있다. 파견법 시행을 전후해 현재까지 사내하도급은 조선, 전기·전자, 자동차, 사무·판매 서비스, 철강, 기계·금속, 화학, 방송 등의 전 산업으로 확산됐다. 이처럼 사내하도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기업이 손쉽게 비용을 절감하고 고용조정을 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둘째, 원청이 사용자로서 노동법상의 노동조합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등 노사관계에 있어 부담을 덜 수 있다. 셋째, 파견대상 업무를 제한하는 등 파견제도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여 경직적이다. 넷째, 사업장이 관행적으로 도급 업무를 수행해 왔거나 파견과 도급에 대한 구분의 모호성 등을 들 수 있다.

필자는 현장에서 많은 불법파견 사례를 확인하면서 전 업종에 걸쳐 문제가 되는 공통적인 두 가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불법파견의 대부분은 원사업주가 행하는 주력사업을 사내하도급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실제로 수급사업주가 임률 도급(노무도급) 형태로 운영하면서 도급단가 산정방식을 물량도급으로 가장해 사내하도급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내하도급의 불법파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사업주의 주력사업인 상시·상태적인 업무는 가급적 사내하도급을 지양하고 근로자를 직접 고용함으로써 일자리의 질과 양 모두에 긍정적인 자리매김을 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업종 특성상 경기 변동이 심해 상시적으로 근로자를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일시적·간헐적 사유를 들어 합법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해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직접 생산부문의 도급 중 주로 흐름 공정을 갖고 있는 생산공정 등이 불법파견의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한 도급단가의 산정방식도 일의 결과가 아닌 근로자들의 노무 제공 정도에 따라 변동적으로 도급비를 산정해 지급하는 임률 도급(노무도급) 형태였다. 이러한 경우 원사업주는 사전에 사내하도급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충분한 법리적인 검토를 해야 한다. 셋째 불법파견을 제기하는 근원적인 문제는 동종·유사한 업무임에도 원·하청 근로자 간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격차로 인해 불합리한 차별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원·하청 근로자 간 차별 해소를 위해 법·제도 개선을 통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근로자 파견과 도급의 구별에 관한 기준을 법제화해 파견법에 위임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규범력을 높여 노동시장 질서의 교란을 방지해야 한다. 다섯째 노동계 및 경영계 등 충분한 여론을 수렴해 현실에 맞게 파견제도의 옷을 갈아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파견법이 시행된 지 24년이 지났다. 이제는 노동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급은 도급답게 파견은 파견답게 인력수급을 함으로써 불법파견으로 인한 노사 간 지난한 다툼을 끝낼 때가 됐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불법파견으로 인한 노동현장의 혼란에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이루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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