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회화 교수

독일을 다녀왔다. 코로나로 연기되고 연기되었던 전시를 더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하게 지냈던 독일 화가 프로리안(Florian T.Keller)의 추모전이 뉘른베르크에서 있기에 학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독일행 비행편에 몸을 실었다.

독일은 여러 번 다녀왔지만 이번 독일 전시 여행은 가장 뜻 깊었고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막연히 독일 가을하면 비도 많이 내리고 우울한 느낌이 강했는데 날씨도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바쁘게 지나쳤던 가을을 마음껏 만끽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전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풍성한 숲에 깊이 있는 나무들은 다니면서도 "정말 예쁘다"며 감탄사를 나도 모르게 남발하게 했다. 가을여행이 좋은 이유가 있었나 보다.

문화예술의 도시 드레스덴에서 아트페어를 하고 베를린에서는 고인이 된 프로리안 갤러리에서 한·독 10주년 기념전시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뉘른베르크 werkatt Gallery에서 프로리안 그림과 함께 추모전을 했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함께 간 일행들은 전시 틈틈이 관광도 하고 관심 분야인 미술관, 박물관들을 다니면서 갈증을 털어냈다.

특히 유럽에서도 강력한 중세 요새로 평가받고 있는 뉘른베르크 성은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고성이다. 몇 세기 동안 독일의 왕과 황제들이 이 성에서 머무르며 제국을 통치했고 중세시대, 30년 전쟁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 때마다 그 현장을 그대로 지켜봤던 장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관광객들이 많았고 중세시대로 돌아간 느낌에 나도 기분이 묘했다. 중세 건축물에 관심이 갔다. 화가 뒤러하우스 앞에서 맛본 뉘른베르크 맥주 맛도 한동안 그리울 것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오롯이 나를 향한 시간을 갖고 돌아보는 건 분명 필요하고 삶의 기록이 되어 줄 것이다.

화우인 프로리안의 나라 독일을 나는 더 사랑하게 되었다. "예술은 인생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라는 말을 남긴 프로리안의 마음이 클로즈업되어 나에게도 예술가로서 앞으로 남은 삶을 충만하게 살라고 한다.

독일을 다녀온 후 여독은 남아 있지만 안정된 마음속에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리운 프로리안을 위하여.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그리고 그림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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