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국회의원(국민의힘·아산 갑)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삼성평택고덕단지이다. 총면적 87만 평, 축구장 400개 크기의 평택캠퍼스는 삼성 기흥·화성캠퍼스를 합친 면적과 비슷하다. 1·2라인에 이어 3라인까지 가동되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 타이틀을 갈아치우고 있다. 5년 안에 총 6개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으로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기지가 고덕단지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현재 평택캠퍼스는 임직원 1만여 명, 협력사와 건설사 직원 6만여 명이 근무 중으로 평택시와 삼성협력생태계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생산유발효과는 2030년까지 5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고 고용유발효과는 130만 명 이상이라고 전해진다. 지금도 삼성평택사업장은 일용직 노동자의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12시간 근무 시 일당 40만 원이라는 전국 최고 수준에 장기 일용직이 보장되며 10년 정도 일감이 계속 넘칠 것으로 예상돼 삼성 관련 부품업체가 추가로 입지 하면 파급효과가 더 커질 전망이다.

1980년대 아산 배방지역에 처음 삼성반도체 공장을 입지 시키고자 뛰었던 필자로서는 삼성반도체의 성장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착잡한 마음도 있음을 숨길 수 없다. 삼성 고덕단지의 입지 결정전에 경기도와 평택시에 충남도와 아산시가 밀렸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평택시의 유치 공세에 제대로 된 유치 노력조차 못 한 것이 당시 상황이다.

당시 삼성은 추가 용수확보를 위해 아산 송악저수지 물 이용을 요청했고 북천안 IC~탕정단지 연결 도로 확·포장 문제를 강조했다. 또 탕정지역의 추가 용지매수를 위탁 의사를 수차례 사정했지만 행정당국으로부터 아무런 긍정적인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필자도 삼성 측의 지원·협력 요청을 받고 당시 도정·시정 책임자를 설득했지만 요지부동이었고 끝내 삼성단지 유치는 남의 지역 일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연간 수천억 원의 지방세 수는 받아들이면서 그보다 더 큰 세수가 예상되고 일자리 창출, 인구유입 등 지역발전의 계기를 만들 대단위 사업장을 타 지역에 보내는 근시안적인 결정을 하는 지자체가 또 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후일담으로 보면 경기도와 평택시는 삼성반도체공장 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고 충남도와 아산시보다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산업단지 인프라 시설까지 지원하는 방안까지 동의했다고 한다. 타 지역의 발전에 배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이를 능동적으로 활용 못한 잘못과 책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은 오래 가셔지지 않을 것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도 삼성, 현대, SK 등 한국 대기업의 첨단 공장을 미국에 입지 시키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애국심만 생각하고 한국 대기업들이 한국에 대단위 투자를 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 정부·지자체가 국내·외 첨단기업을 유치하도록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지역경쟁력의 핵심인 산업 경쟁력 확보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깃발을 내걸고 있는 지방에서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거나 소홀히 돼서는 안 된다.

마침 윤석열 새 정부와 함께 우리 충청권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단체장들도 새로운 의지를 가진 분들이 대거 입성했다. 세계적인 첨단·벤처기업을 지역에 입지 시키는 일만큼 지역발전을 확실하게 이끌어가는 다른 방책은 없다. 전담팀을 만들고 민관유치위원회를 구성하며 산·학연계성을 높여 중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첨단기업이 살아야 지역도 살고 나라도 산다’는 필자 나름의 소신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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