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회화 교수

나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즐긴다.

아니 어차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면 그 스트레스에서 얻을 수 있는 순기능을 생각하고 행동 방향성을 끌어내어 성과를 내려 노력한다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내 관심사는 어떤 곳에서, 어떤 공간에서 가장 자유롭게 창조성을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쳐 있을 때 그 기분을 치유하는 최고의 힘은 바로 내 안의 억눌린 잠재력을 쓰는 것, 창조적인 일을 해내는 것이다.

바쁠 때는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다가 오히려 마음이 힘들어지면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가 하늘의 아름다움도 느끼고 나를 되돌아볼 수 있으니 힘들어보면 오히려 순간의 소중함과 그때그때의 기억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안다.

내게는 지금 천천히 바라보는 마음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아파보면 그제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듯 내 몸뚱이는 끊임없이 내게 신호를 보내는데도 외면하고, 나를 돌봐주지 않아 더 큰 화를 입게 되고, 참 부질없어 세월 탓만 하고 바쁘게 보내온 시간에 구멍이 난 것처럼 내 마음도 그랬다. 아프니까 서럽더라~후훗~!

화가는 마음속에서 영원히 빛나는 존재의 중심처럼 완벽한 소우주 같은 느낌을 받고 싶어한다.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것. 그것은 바로 그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럴 수 있도록 내게 허락되어주길 바란다.

화가의 마지막 바람으로 앞으로 남은 생(生)에 내가 이뤄내고 마무리하면서 보내리라 마음먹는다.

지난 9월 초에는 영국 프리즈가 한국에서 첫 선을 보였다. 한국 국제아트페어(KIAF)와 영국 프리즈(PRIZE)가 서울 코엑스에서 함께 개최됐는데 미술인으로서 기대가 됐고 늘 작가로 참여하다 올해는 관람자로서 전시를 살펴보는데 많은 감정들이 내게 찾아왔다.

건조한 감성의 화가가 됐으니 웬만해선 무감각하게 감흥을 받지 않는데 영국 프리즈는 달랐다.

아트페어도 이렇게 품격있게 할 수 있구나! 영국 프리즈가 세계 3대 아트페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입장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아트페어라고 할까? 같은 공간인데 아트페어 부스에서 느낄 수 없는 안정감까지 느껴졌다. 그림과 전시장 만큼은 냉철하게 보는 내가 관람자로서 방문했다.

그러나 화가로서의 매의 눈은 금방 침묵해졌으니 그날의 기억은 기록돼 내년을 기약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풍성한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깊은 그림들을 새롭고 변화 있게 창조하는 마음을 캔버스에 쏟아내련다. 10월은 그림하기 좋은 계절이다. 설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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