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옥배 전 공주문화재단 대표

취미생활과 관련된 상품은 대체로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특정 상품은 관련 취향을 가진 자와 그렇치 못한 자 간에 그 상품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된다. 특정 상품과 관련 취향을 갖지 않은 자들은 그 상품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에 반해 관련 취향을 가진 자들은 그 상품의 가치를 일반적인 상품가치보다 높게 평가한다. 즉 관련 상품은 특정 그룹에만 제한된 가치를 갖지만, 그것 때문에 높은 가치를 갖는 것이다. 특정 브랜드의 한정판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렇게 상품이 특정 그룹에 높은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은 ‘소유효과’ 때문이다.

소유효과란 어떤 대상을 소유한 뒤 그 대상에 대한 애착이 생겨 객관적인 가치 이상을 부여하는 심리적 현상을 뜻한다.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소유효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듀크대학 농구팀은 유명하여 학생들은 농구팀의 경기입장권을 탐낸다. 입장권은 추첨(랜덤)을 통해 배포되는데, 입장권 소유자로 선정된 학생과 탈락한 학생 간에는 동일한 입장권에 대해 매기는 가치가 달랐다. 입장권을 소유한 학생들은 그 경기의 가치를 높게 매겨 2,400달러를 주면 팔겠다고 했고, 입장권을 소유하지 않은 학생들은 경기의 가치를 낮게 매겨 170달러 정도의 가격이면 사겠다고 했다. 입장권 배포 추첨 전 동일한 가치의 입장권이 배포 추첨 후 소유자와 비소유자로 구분되면서 입장권의 가치가 달라진 것이다.

소유효과는 동일한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것은 대상에 대한 경험과 기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 취향의 대상에 대한 경험을 소유한 자는 그렇치 못한 자에 비해 그 경험의 가치를 높게 매긴다.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기대가치도 높게 매긴다.

취향은 대상에 대한 경험과 애착이며, 이는 소유효과를 동반한다. 뿐만 아니라 애착은 취향에 대한 물적, 시간적 투자를 통해 갖게 된다. 한국리서치의 조사(컨슈머리포트2018)에 의하면,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이 취미를 즐기기 위해 공부를 더 많이 하며, 이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많다는 것이다. 이는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이 지속적인 높은 수준의 학습의욕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미생활을 통해 어떤 취향을 갖게 되면 어떤 사물이나 행동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되는 지향성이 생기며, 미래가치에 대한 의식도 높아진다.

우리는 취향과 관련된 상품이 일반적인 가치 이상을 갖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 취향을 갖지 않았다면 그 가치가 너무 높다고 평가한다. 일부는 그것을 사치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취향과 관계된 상품은 해당집단에게는 일반적인 상품의 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형성하며, 이는 소유효과 때문이다.

사회학자 랜드 콜린스(Randall Collins)에 의하면,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정서적 에너지이며, 높은 정서적 에너지의 소유자는 자신을 통제하는 감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서적 에너지는 취향의 향유를 통해서 얻어진다.

특정 취향과 관련된 취미생활을 위해 물적, 시간적 투자를 하는 것은 철학자 데이비드 흄(1711-76)의 글 ‘섬세한 취미와 섬세한 정념에 대하여’에서 말처럼 취미를 가진 사람은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풍요로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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