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조사 후 심경변화 “범행 주도” 자백
권총 행방 관련 “망치로 부순 후 버렸다”
현금 3억 배분 놓고 이정학과 진술 엇갈려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붙잡힌 A씨가 2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전지법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붙잡힌 A씨가 2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전지법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박영문 기자] 미궁에 빠졌던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전말이 21년 만에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범행을 주도한 장본인은 이승만(52)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특히 공범인 이정학(51)과 함께 범행 과정에서 저항하는 은행 직원을 권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것 역시 이승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그동안의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한 이정학과 달리 혐의를 부인해오던 이승만이 이날 범행 경위를 자백했다.

이성선 대전청 강력계장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것은 물론 수 차례 심층 조사를 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며 "또 공범이 이정학이 자백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본인도 범행을 더 숨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둘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승만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이정학은 이승만의 지시를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승만은 돈가방을 빼앗는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허리에 차고 있는 가스총을 쏘려한다는 생각에 당황, 권총을 발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승만은 범행 도구로 사용했던 권총의 행방에 대해서는 "망치로 부순 뒤 여러 차례에 걸쳐 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범행 이후 행적에 대해서는 두 피의자의 진술이 일부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이승만은 돈가방을 자신의 차에 실은 뒤 동구의 한 대학교 인근 산에 숨기고 집으로 갔다고 진술한 반면 이정학은 함께 기차를 타고 대구로 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에서 훔친 3억원을 배분한 비율에 대해서도 상반된 진술이 나왔다. 이승만은 절반씩 나눴다는 주장을 한 반면 이정학은 이승만이 2억 1000만원, 본인이 9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한 상태다.

또 이승만은 훔진 돈을 주식에 투자해 탕진했고, 이정학은 잃어버렸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구)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가방을 옮기던 직원들을 권총으로 협박, 3억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강도살인)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점 출납과장인 A(당시 45세)씨는 총에 맞아 숨졌다.

특히 이들이 사용한 권총은 같은 해 10월 15일 오전 0시경 대전 대덕구 비래동(구 송촌동) 골목길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아 빼앗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2일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박영문 기자 etouch8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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