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부모생활 실태조사 학업중단·사회복귀 어려움 드러나
정부, 지원 정책 마련 시작했지만 현장에선 규모 파악도 안돼
전형적·획일화된 지원보다 성장·사회복귀 순서 맞춰 조율해야

[충청투데이 한유영 기자] #1. 충청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10대 엄마 김지영(가명) 양은 현재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부모님은 아이를 지울 것을 권했지만 작은 생명이 안쓰러워 출산을 결심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스스로와 아이의 미래를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제대로된 일을 할 수 있을지, 아이 어린이집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

#2. 박수진(가명) 양은 두 달이 지나서야 임신 사실을 알았다. 임신 이후부터 출산, 양육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라 유튜브,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출산과 양육의 어려움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나눌 사람도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충청투데이가 직접 청소년 부모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들은 경제적, 진로 및 취업 사회복귀 등 현실적인 부분 외에도 사회의 부정적 시각, 원가족 탈락 등 정서적인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었다.

청소년 임신이 학업중단을 초래하고 학업중단은 실업 또는 저임금 미숙련 노동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부·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아름다운재단,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청소년 부모 생활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청소년 부모 최종학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315명 중 고등학교 졸업이 141명(44.8%)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중퇴가 58명(18.4%)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과거 근로활동 경력은 단순 노무직 213명(56.5%), 판매직 46명(12.2%) 순으로 나타났고 경험이 없는 경우도 36명(9.5%)이었다. 청소년 부모들의 학업중단 현실과 사회복귀 어려움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정부는 지난달 청소년부모 아동양육비 지원, 아이돌봄서비스 우선제공 대상에 청소년 부모를 포함하는 등의 정책 마련을 시작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청소년 부모 규모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내세운 지원 조건 역시 까다로워 벌써부터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 부모는 자녀의 주양육자인 동시에 다른 이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성장기 청소년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 이를 고려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 복귀를 돕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미애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는 청소년 부모들에 빨리 자립하고 일할 것을 권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사회 한 구성원이자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이들의 욕구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부모들에겐 전형적이고 획일화된 지원을 하기보다 이들의 성장, (사회복귀를 위한) 순서를 맞춰 지원하는 등의 방향으로 정책이 조율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신.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유영 기자 yy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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