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소아들 유병률 높은 질환
원인 모르는 경우도 상당수 있어
경련 의심될 움직임 보이면 진찰을

단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구청모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얼마 전 부모와 함께 나들이에 나섰던 5살 A 군은 잔디밭에서 놀던 중 갑자기 발작 증상을 일으켰다. 손발이 떨리고 입과 눈이 돌아가면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는데, 놀란 A 군의 부모는 즉시 119에 신고한 후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를 거친 뒤 아이가 ‘소아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한 이상 흥분 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들을 통틀어 발작이라고 한다. 이러한 발작들은 특별한 원인 인자, 예를 들면 전해질 불균형, 산-염기 이상, 요독증, 발열, 심한 수면 박탈 상태 등에 의해서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한 원인 인자가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히 몸에 이상이 없음에도 반복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는 질환군을 뇌전증이라고 한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병할 수 있지만 특히 소아들의 유병률이 높은 뇌전증에 대해 단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구청모 교수와 함께 알아보자.

▲소아에서 유독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뇌전증의 연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50~70명으로 알려졌다. 또 어느 한 시점에 뇌전증으로 진단된 환자의 수인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4~10명으로 확인된다. 연령별 발생률을 보면 1세 이전과 소아기 전반부가 매우 높고 이후 감소해 성인기에 가장 낮은 발생률을 보이며 68~70세 이후 다시 증가하는 U자 형태의 곡선을 보인다. 소아에서 성인기보다 뇌전증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뇌가 발달하는 상태이며, 형태적·생리적으로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연령에 따른 뇌전증의 원인을 보면 신생아기에는 출생 당시 발생할 수 있는 저산소성 허혈 뇌증, 중추신경계 감염, 염색체 및 유전자 질환 및 뇌 기형 등이 있다. 영아와 소아기에는 외상에 의한 뇌 손상, 중추신경계의 감염, 유전자 돌연변이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그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소아 뇌전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나?

특별한 유발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만성적으로 발작이 발생하는 것을 뇌전증이라고 한다. 만약 특별한 문제없이 잘 지내던 아이가 발열과 같은 특이 유발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발작한다면 한 번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별한 의도가 있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며 입맛을 다시거나 옷을 만지작거리는 것 같은 반복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 역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뇌전증을 진단하는 것은 전문적인 병력 청취와 이를 뒷받침할 뇌파 검사 등의 검사 결과들을 종합해 진단해야 한다. 경련 중에도 또렷한 의식을 갖고 있는 때도 있고 운동성 발작을 보이지 않는 때도 있다. 아이가 경련을 의심할 만한 반복적인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발작을 의심할 만한 움직임은 없지만 자주 멍해지면서 짧지만, 일상생활에서 공백이 발생한다고 의심되는 경우에도 소아 신경 분야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열성경련과 뇌전증은 관련이 있을까?

열성경련은 생후 6개월에서 만 2세 사이에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다. 열성 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열이 오르면서 의식을 잃고 양팔과 다리를 뻣뻣하게 힘을 주다가 까딱까딱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며, 이들은 일반적으로 약 5분 이내에 멈추는 것이 전형적인 양상이다.

부모들은 열성경련과 뇌전증을 동일시해 당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열성경련은 뇌전증이 아니다. 즉, 만 5세까지는 열이 날 때마다 약 30%의 확률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열이 없이 경련하는 뇌전증과는 구별할 수 있다. 만 5세가 지나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발작의 양상이 한쪽 팔만 까딱거리거나 하는 부분 발작의 모습을 갖거나, 30분 이상 지속하거나 하루에 수차례 발작하는 경우에는 복합 열성경련으로 분류하며 이러한 특징이 없는 단순 열성경련보다 상대적으로 나중에 뇌전증으로 이행하게 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계 가족에서 뇌전증의 가족력이 있거나 환자가 신경학적 이상이나 발달 지연이 있거나 1세 이전에 발생했을 때도 상대적으로 뇌전증으로 이행할 위험이 있다.

열성경련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약 50%의 환자에서 열성경련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보고되며, 이러한 경우는 오히려 좋은 예후를 시사하기도 한다. 뇌전증은 아니지만, 발열을 동반한 상태에서 발작을 보인 경우에서는 뇌염과 뇌수막염과 같은 뇌에서 발생한 감염 질환들 역시 생각해야 한다. 만약 열이 있으면서 발작을 보인 아이가 경련 후에도 오랜 시간 깨지 않거나 발작이 발생하기 전에도 의식 저하 혹은 이상 행동을 보였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소아 뇌전증, 어떻게 치료하나?

뇌전증은 우선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이런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를 난치성 뇌전증이라고 한다. 이러한 난치성 뇌전증의 치료로는 케톤 생성 식이 요법과 뇌전증 병소를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병소 절제술과 미주신경 자극술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두 번 이상의 발작이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나타날 때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첫 발작일지라도 뇌파 검사에서 뚜렷한 초점성 발작이 확인되거나 뇌에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 경우, 혹은 첫 발작이 30분 이상 지속하거나 중간에 의식 회복이 확인되지 않는 반복적인 발작이 나타나는 뇌전증 중첩증을 보인 경우에서도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보통 초기 약물치료는 한 가지 종류의 항뇌전증약을 소량에서 복용을 시작해 점차 증량해가며 발작이 조절될 때까지 혹은 약물의 부작용이 나타날 때까지 증량한다.

치료 반응에 따라 적절한 복용량을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환자들의 경우는 두 번째 약물을 추가해서 치료하거나, 다른 약으로 바꿔 치료한다. 두 번째 약물로도 조절되지 않을 때는 세 가지 이상의 약물로 치료를 진행한다.

도움말=단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구청모 교수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