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광 청주시농민단체협의회장
쌀 소비량 줄고 단위면적당 생산량 증대·정부 정책 실패로 가격 하락
식생활 패턴 변화 정책에 반영·격리요건 ‘강행규정’ 바꾸는 보완 절실
과잉생산 막아낼 생산조정제·휴경제 보완… "쌀 농업 지켜야 할 산업"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식당에서 밥 한 공기에 1000원, 여기에 들어가는 쌀값은 200원 수준이다. 저렴한 것도 3000∼4000원 수준인 커피 한잔과 한 끼 식사를 채워주는 쌀값 200원을 비교하는 것조차 민망하다."

유호광 청주시농민단체협의회장은 현재 끝 모르게 하락하는 쌀값을 놓고 이렇게 한탄했다. 유 회장은 "1970년대 자장면 한 그릇이 100원, 쌀은 1㎏에 72원이었다"면서 "올해 짜장면은 5000원, 쌀 1 ㎏은 2000원꼴로 자장면은 50배로 오르고 쌀은 27배 오르는 것에 그쳤다"고 전했다. 그는 쌀가격 하락의 가장 원인으로 쌀 소비량 감소와 단위면적당 생산량 증대, 정부 정책 실패 등을 꼽았다.

유 회장은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에서 벼 재배 면적은 감소했으나 단위면적당 생산량은 크게 늘어 쌀 시장은 만성적 과잉상태에 처해있고 이는 쌀 농가의 소득하락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쌀값 하락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1년 71.2㎏에서 지난해엔 56.9kg으로 줄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88만t이다. 수요량은 361만t으로 27만t이 남는다.

유 회장은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이 27만t 중 20만t을 우선격리하고 7만t은 시장상황을 지켜본 후 격리하기로 방침을 세워 3차례에 걸쳐 시장격리를 실시했다"면서 "가격안정 효과를 얻는 것은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국농협 및 농가에 남아도는 물량이 최소 10만∼15만t 정도로 추정된다"며 "추가적인 격리나 조치가 없다면 올해 햅쌀도 제대로 된 가격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회장은 "농협RPC의 재고가 소진되지 않으면 경영악화와 더불어 햅곡을 수매하기 위한 창고부족에 따른 제한수매가 이뤄질 수 있고 경영악화로 인해 수매가 하락 등 고스란히 농가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시장격리를 3차례나 했음에도 여전히 쌀시장이 불안정한 것은 쌀 생산량과 소비량 통계에 소비량 감소 추이가 정확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며 "급격히 변화하는 식생활 패턴을 분석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회장은 "정부가 2020년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장격리제도를 도입해 사실상 쌀값에 대한 결정을 정부에 완전히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소비량감소 및 생산량 과잉 등으로 인한 쌀값 하락 부담을 농민과 농협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쌀 값 안정을 위해 도입한 시장격리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어 제도에 대한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시장가격 등락에 따라 격리요건이 되면 ‘할 수 있다’를 ‘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으로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잉생산을 막기 위한 쌀 생산조정제와 휴경제 보완도 요구했다. 벼 대신 콩이나 사료용 옥수수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거나 휴경을 하면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인데 작물전환 및 휴경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없고, 타 작물 전환 시 기계화를 비롯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농가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유 회장은 "올해 조생종 벼가 출하되기 시작했고 조만간 본격적인 햅쌀 수확기에 접어든다"며 "구곡 재고로 인해 햅쌀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돼 재고미 격리와 더불어 정부와 지자체가 올해 햅쌀가격 안정을 위해 선제적인 격리대책 등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회장은 "농민들이 쌀값을 안정화하자는 것이 자칫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식량주권 및 국제정세에 있어 식량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며 "자연환경과 경관을 보전하고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쌀농업은 전 국민이 지켜야할 산업"이라고 말했다.

또 "적극적인 소비가 농업인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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