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 충남연구원장

1970년 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얼마나 됐을까. 전체 3140만 명의 약 46%가 농가 인구였다. 지금은 어떨까. 전체인구 5180만 명의 4.5% 수준이다. 수치로만 비교해도 1420만 명이 232만 명으로 줄었으니 84%가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산업화에 따른 도시화로 너도나도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갔다. 농촌에 거주하는 사람도, 경작지를 맡아서 농업을 영위할 사람도 현저히 감소했다.

이제 누가 농사를 짓나. 농촌을 지켜온 분들의 고령화 현상도 뚜렷하다. 65세 이상 비율을 말하는 고령화율이 1970년도는 4.6% 정도였는데 2019년 기준으로 47%에 이른다. 충남 농가의 평균 연령은 66.3세다. 이제 어르신들에게 영농을 맡기는 것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을 포기할 수가 있나. 식량 안보는 유사시 국가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청년농업인을 육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농촌은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곳인가. 소득은 창출이 되나. 대답은 회의적이다. 그래서 섣부른 제안이 어렵다.

농촌은 삶의 질 측면에서도 열악하다. 1970년 당시에는 농가 가구의 72%가 5인 이상의 대가구였다. 3대가 어울려 살던 농촌은 정감이 넘치던 곳이었다. 이제는 농가의 76%가 1~2인 가구다. 쓸쓸하고 외로운 곳으로 변해 버린 농촌 지역은 마을 소멸 또는 지방 소멸의 문제가 심각하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 농협, 농업기술센터, 대안학교, 민간 차원의 협업농장에 이르기까지 도시민의 귀농과 귀촌을 돕고 청년농업인을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비교우위를 분석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귀농·귀촌 인구가 늘고 있고 성과도 있다. 그러나 정작 4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 비율은 줄고 있다. 답을 농업에서만 찾으려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귀농빚쟁이’라는 여성 유튜버가 있다. ‘서른넷, 빚 3억4000만원인 그녀의 귀농생활’이라는 영상이 240만 뷰를 넘겨 유명해졌다. ‘청년 귀농 답이 없다’는 영상은 54만 뷰를 기록했다. 3년간 월 100만 원까지 지원되는 영농정착지원금, 3억 원까지 융자해주는 청년창업농육성자금 등 솔깃한 제도는 많지만, 현장에서 부딪치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 소득 창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겨우 버텨왔는데 어떻게 융자금을 갚을까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 대안학교나 협업농장 등 플랫폼을 통해 충분한 준비를 거친 뒤 창업을 할 때는 정작 농지 구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주택, 실험 농장 등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하는 수요도 높다. 육아, 교육, 의료 등 희생하고 감내해야 할 부분은 또 다른 차원이다. 도시가 갖는 다양한 일자리와 생활의 편의성은 열악한 농촌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하다.

청년을 농촌 지역으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새겨봐야 할 본질적인 부분이 있다. 농업만으로는 소득 창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 외 다양한 소득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들을 모으는 구상이 절실하다. 다양한 창직(創職)이 가능하도록 돕는 큰 그림의 접근을 말한다. 중앙부처의 관점에서 보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기반 혁신가(로컬 크리에이티브) 사업,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그리고 농림축산부의 청년농업인 육성사업을 아우르는 접근이 요구된다. 농림축산국의 사업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도청 내에 통합정책을 시행하는 콘트롤타워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농업이 청년 유입의 유일한 목적으로 귀결돼서는 곤란하다. 청년이 모이면 분업도, 협업도 가능하다. 서비스 산업은 물론 편의 시설도 생긴다. 혼자서는 어려운 다양한 사업구상도 할 수 있다. 소위 집적의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마을, 지역 주민, 지역 사회와 교류하고 어우러지는 지혜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환경 속에서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이 구상돼야 한다. 청년의 삶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청년들에게 재미(fun)는 중요한 요소이다. 재미는 문화를 낳고 문화는 일자리를 낳는다. 함께 있어야만 재미가 생긴다. 서비스 산업도 문화도 모여야 생긴다.

청년농업인 각자가 도생하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청년들을 지역별로 한군데 모으는 것이 새로운 공동체 구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청년농업인에게는 청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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