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 초려문화재단 이사장

충청5현(忠淸五賢)은 임병양란 이후 극도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경세제민하고자 온힘을 기우렸던 선비를 일컫는 말이다. 다섯 분이 산림과 환로(宦路)에 있었던 기간은 서로 다르나 나라를 걱정하고 도탄에 빠져 있던 민생을 구제하고자 했던 뜻은 하나였다. 당시 경세(經世)는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을 잘 살게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경제의 뜻은 이른바 경세제민의 준말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커다란 의미로 부여됐다.

충청(기호)유학의 종장인 율곡선생이 먼저, 경제사(經濟司)를 언급하였고 초려선생이 기해봉사에서 국정개혁을 주도할 기관으로 경제사 설립을 제창하였다. 이 경제사는 바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구제하는 최고의 기관을 말하는 것이었다.이는 오히려 비변사(備邊司)사 보다 더 중요한 위상을 지니는 것이었다. 비변사는 당시 왜구와 여진족의 침입에 대비하여 출발했던 기관이 후에 왜란과 호란를 겪으며 의정부를 대신하여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실질적인 최고의 기관이 되었다.대체적으로 초려의 기해봉사에 나타난 경세사상은 아래와 같다.

먼저, 손상익하(損上益下)이다.이는 윗사람의 것을 덜어서 아랫 사람에게 보태준다는 것이다. 다음은 상행하효(上行下效)이다. 이는 윗사람이 먼저 모범을 보여 행해야 아랫사람이 본받아 행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팔로워도 따라 온다는 것이다. 관리와 백성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시관택재(視官擇材)이다. 이는 관직을 보고 인재를 선택하는 것 즉,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친소(親疎)에 따라 벼슬을 내려선 안 되며 능력·역량을 중시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과거시험에서도 활쏘기와 말타기 과목을 두어 문관도 무재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봉공망사(奉公忘私)이다. 이는 공직에 있으며 사적인 이익을 절대 챙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공적인 일을 빙자해 사익을 추구하는 탁공영사(托公營私)하는 관리들이 많았다. 상급 관리이건 하리(下吏)이건 멸사봉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동인일시(同仁一視)이다. 이는 기해봉사에 가장 중요한 표현으로 모든 백성들을 인(仁)으로 차별 없이 동일하게 하나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초려가 가진 경세사상의 가장 중요한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유학의 기본 이념인 왕도정치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리고 인역일동(人役一同)이다. 인역은 오늘날로 말하면 국민이 국가를 위해 행할 의무를 말한다. 인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병역이며 조세의 납부도 이에 해당된다. 이 인역에 모두가 하나로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양반 계층이라 덜하고 상민·천민이라 더 부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정위통행(定爲通行)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국가 표준화 규정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KS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당시 쌀로 납부하던 방식이 포로 납부하는 포납화 방식으로 바뀌며 지역마다 포의 규격이 달라 불만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고자 한 개혁방안이었다. 다음은 양입위출(量入爲出)이다. 이는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한다는 국가 예산집행의 원칙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백성들의 삶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양출위입하는 것은 예산을 집행하는 관리들만 편한 것이지 지출에 맞춰 하는 백성을 고려하는 예산 원칙이 아니다.

그리고 시상무용(市上貿用)이다.이는 시장에서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공물을 바치는 폐단이 극심했다. 특히, 특산물을 공물로 바치는 것은 고역의 극치였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대동법이었고 미납(米納)으로 대신해 받은 것으로 시장에서 구입해 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방 백성에게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상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음이 사실이다.

끝으로 금치습숭절검(禁侈習崇節儉)이다. 이는 사치를 금하고 절약과 검소를 숭상하라는 것이다. 금치습은 구폐의 개혁 차원에서 말하는 것이고 숭절검은 궁중의 쓰임새를 절약하라는 의미에서 말하고 있다. 궁중에서부터 사치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초려사상의 한 단면일 뿐이지만 어떻게 4만여 자로 된 역사상 최고의 상소문에 나타난 사상을 다 담을 수가 있었겠는가? 2022년 7월 오늘 초려선생을 다시 생각하는 뜻은 어디 있을까?민선 제8기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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